文대통령, 北미사일 도발에 긴급 대처…외교안보라인 '긴박'

입력 2017-07-29 01:47
수정 2017-07-29 07:56
文대통령, 北미사일 도발에 긴급 대처…외교안보라인 '긴박'

NSC 전체회의 참석 대상자 한밤중에 청와대로 집결

靑관계자 "전체회의 소집 자체가 간단치 않다는 의미"

北미사일 정체에 시선집중…'ICBM일 경우 레드라인' 근접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지 1시간19분 만인 29일 오전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 4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한 지 25일 만이다.

한밤중에 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이번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전체회의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 대상이다.

참석 대상자들은 밤늦게 전체회의 소집 소식을 듣고 황급히 청와대에 집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이다. 자세한 상황은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이 밤 중에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가 아닌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가 소집된 것 자체가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밤 11시41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을 전후해 북한이 IRBM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2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면서 이날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한 날짜이기도 하다.

북한이 외신들의 보도와 달리 27일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자 문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고민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전날 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분류된 '화성-14형'이나 이보다 성능이 개량된 미사일로 판명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한미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한미 양국)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해 "나는 레드라인을 긋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이 언급한 '레드라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한·미 양국 모두 구체적인 해석은 내놓지 않았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유리한 데다, 일단 레드라인을 공개하면 우리의 정책적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라면 이는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 간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회담을 잇달아 제의해둔 상황에서 북한이 ICBM 도발을 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 자체에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날짜가 문 대통령이 상호 적대행위 중지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바로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신(新)베를린 구상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대북 대화기조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레드라인'에도 상당히 근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CBM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무기 체계라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외교와 협상이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는 전략의 대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불거진 대북 선제타격론에 다시 불을 지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체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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