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佛 깊어지는 갈등…리비아·STX프랑스 등 싸고 연일 충돌

입력 2017-07-28 20:30
伊-佛 깊어지는 갈등…리비아·STX프랑스 등 싸고 연일 충돌

이탈리아, "리비아에 난민촌 건설" 프랑스 발표에 '떨떠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최근 리비아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부터 STX프랑스의 지분 매각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취임 후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의 입김이 강한 리비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나서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STX프랑스의 지분 매각 건으로 큰 파열음을 낸 데 이어 프랑스가 리비아에 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난민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재차 경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유럽행 난민 행렬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 여름 유럽행 난민들의 출발지인 리비아에 난민 자격을 미리 심사하는 난민촌을 설립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망명 자격이 없는데도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을 단념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리비아에는 80만에서 100만 명의 난민이 최소한의 인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이탈리아는 즉각 떨떠름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안젤리노 알파노 외교장관은 "프랑스는 그런 즉흥적인 계획을 추진할 수 없다"며 "리비아 난민캠프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같은 국제 기구에 의해 운영돼야 하며 즉흥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알파노 장관은 앞서 이탈리아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의 독단적인 리비아 평화협상 중재에도 불만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리비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통합하고, 유엔 리비아 특사인 살람 파야드를 중심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모든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파야드의 권위가 실추되고 말 것"이라고 말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반감을 드러냈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는 지난 1월 서방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리비아 정정 불안으로 철수했던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사라지 정부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등 리비아에 어느 나라보다 공을 들여왔던 터라 프랑스가 잇따라 리비아를 둘러싸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려 하는 것을 일종의 '영역 침범'으로 받아들이며 불쾌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정부는 리비아의 난민센터 설립 계획과 관련해 이웃 이탈리아와 난민 관련 국제 기구의 반발이 이어지자 "리비아 등지의 난민센터 설립은 UNHCR, 국제이주기구(IOM) 등과 협력해 진행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한편, 프랑스 정부가 27일 STX프랑스를 일시적으로 국영화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탈리아 정부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탈리아 조선사인 핀칸티에리의 인수를 막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STX 프랑스의 국유화를 발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파도안 장관은 "이런 조치는 프랑스의 이탈리아에 대한 신뢰가 결여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특히 프랑스 전임 정부와의 합의가 새 정부에 의해 깨진 것이 유감스럽다"고 마크롱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STX 프랑스는 한국의 모기업이 파산함에 따라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인수자로 나서 지난 5월 7천950만 유로(1천억 원 상당)에 지분 3분의 2를 인수하기로 당시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하고서는 프랑스 측의 태도가 달라져 지분을 50 대 50으로 균등하게 분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측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의 가치를 중시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난민 문제 등에서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크게 반겼으나, 집권 초반 마크롱의 행보가 예상과 크게 빗나가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발 난민 위기를 홀로 떠안다시피 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난민 부담 분산을 위해 마르세유 등 유럽 다른 나라들의 항구도 난민선에 개방할 것을 촉구하자 이를 가볍게 일축하기도 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이런 마크롱의 행보와 관련, 최근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에 기고한 글에서 "마크롱은 이탈리아를 희생시켜가며 프랑스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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