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지만 가족"…순직소방대원 홀어머니 보살펴 '훈훈'
원주 문막119안전센터 직원들, 소방헬기 추락 순직대원 어머니 집수리 선행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가족이잖아요. 도와야죠."
2014년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 수습 지원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광주 도심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동료 대원의 홀어머니를 지역 119안전센터 직원들이 지속해서 보살핀 사실이 알려져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홍병권 강원 원주 문막119안전센터장과 직원 등 4명은 지난 27일 공구와 목재를 들고 부론면에 있는 고(故) 정성철 소방령 어머니의 집을 찾았다.
최근 잦은 장맛비로 창고 지붕이 날아간 데다 창고가 낡기도 해 혹여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이들은 야간근무가 끝나자 아침 일찍 공구를 챙기고 읍내에서 수리 재료를 사 84세 노모 집을 찾았다.
강한 햇볕이 쏟아지는 무더위 속 5시간이 넘게 망치질을 한 끝에 허름했던 창고는 새것처럼 변했다.
이번 집수리 활동은 홍 센터장이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전날 정성철 대원의 어머니 집에 들러 불편한 곳은 없는지 여쭤보았고, 어머니는 조심스레 창고 얘기를 꺼냈다.
홍 센터장 등 센터 직원들은 평소에도 지역에 있는 정 대원의 어머니 집 근처를 지나갈 때면 한 번씩 들러 불편한 곳은 없는지 집 주변을 눈대중으로 살피고,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냉장고도 열어보며 어머니를 챙겼다.
정성철 대원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한가족'이라는 마음에서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집 앞 비포장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해드리기도 했다.
홍 센터장은 "특수구조대원이었던 고인의 희생정신과 활약 덕에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관할 지역에 어머니가 계시다 보니 관심을 두고 자주 찾아뵙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문막119안전센터 직원들의 선행에 정 대원의 어머니는 '따뜻한 된장국'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 같은 선행은 정 대원의 누나가 강원도 소방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정 대원의 누나는 "엄마가 살고 계신 집이 너무 낡아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저도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일을 무덥고 바쁜 와중에도 말끔히 수리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썼다.
앞서 강원도 소방본부 특수구조대원 30명은 지난 17일 정 대원 등 순직대원들을 추모하고자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2015년 7월 17일에는 순직대원들을 비롯해 도내 순직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도 태백시 한국청소년 안전체험장에 건립하기도 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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