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효과'로 관광객 폭증 노르웨이, 관광세 도입 논란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 2013년 디즈니 영화 '겨울 왕국(원작명 Frozen)'이 전 세계에서 빅히트한 뒤 이른바 '프로즌 효과(겨울왕국 효과)'로 관광객이 폭증한 노르웨이가 과도할 정도로 몰려오는 관광객에 대처,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관광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가 관광객들에게 관광세를 부과해 확보한 재원을 지방 정부에 나눠 줘서 각 지방 정부가 관광객 유입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자는 게 관광세 도입을 내세우는 측의 주장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북부 노르란 지역의 좌파사회당과 기독민주당, 자유당과 적색당의 지도자들은 관광세 도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 관광객이 더 늘어나면서 도로변 화장실의 유지보수 필요성이 절실하고, 트롤퉁가('트롤의 혀'로 불리는 절벽 지역) 같은 유명한 관광지의 경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관광객들이 하이킹에 나섰다가 곤경에 처해도 구조대로 제때에 출동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르란 지역뿐만 아니라 서부 노르웨이 지역에서도 관광세 도입 여론이 높다.
노르란 지역 기독민주당 대표인 다그룬 에릭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슬로에 있는 사람들은 (유명한 관광지인)로포텐 지역이 처한 문제를 모른다. 관광객들도 그들의 공정한 몫을 기여할 필요가 있고, 관광세로 확보한 펀드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정부는 아직 관광세 도입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봄에 발간된 관광보고서에서 노르웨이 정부는 노르웨이가 이미 매우 비싼 관광지로 꼽히고 있어 관광세 부과는 자칫 노르웨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딜렉 아이항 통상산업수산부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관광업계는 자체적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업계는 이미 비슷한 상황에서 좋은 해결책을 찾은 바 있다"며 관광세 부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진보당을 비롯해 노르웨이 정치권 일각에서도 노르웨이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노르웨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은 주로 노르웨이 사람들이라며 관광객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진보당의 에를렌 빌보르그 대변인은 "노르웨이는 이미 휴가를 즐기기엔 비싼 나라"라면서 "세금을 더 받으면 관광객이 줄어들고 관광업계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중 화장실 시설이 부족하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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