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길 코치 딸 윤지수, 여자 사브르 '역전의 명수'로 우뚝

입력 2017-07-28 14:56
윤학길 코치 딸 윤지수, 여자 사브르 '역전의 명수'로 우뚝

세계선수권 8강서 역전극으로 단체전 첫 메달 발판…"정신력은 아버지 닮았어요"



(영종도=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7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8강전에서 중반까지 미국에 뒤지면서 탈락 위기를 맞았다.

9라운드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5라운드까지 17-25로 뒤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6라운드에 나선 윤지수(24·안산시청)가 다그마라 워즈니아크를 상대로 무려 13점을 뽑아내며 순식간에 30-28로 역전에 성공했다.

흐름을 탄 대표팀은 결국 45-41로 승리해 미국을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결승까지 올라 '세계 최강' 이탈리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땐 랭킹에서 밀려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단체전에서도 후보였던 윤지수는 윤학길(5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코치의 딸로 더 유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역전의 명수'로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알렸다. 그는 개인전에서도 여자 사브르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전 16강에 진출했으나 석패했다.

대회를 마치고 2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길에 연합뉴스와 만난 윤지수는 "개인전 대진이 잘 맞아떨어져서 메달을 딸 기회였는데, 놓쳐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면서 "그 속상함과 한을 단체전에서 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한마디에서도 드러나듯 윤지수는 승리욕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개인전 이후엔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흔치 않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경기장만 가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는 "아쉬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서 단체전에서 정말 악착같이 했다"면서 "그렇게 저도 모르게 경기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가 뒤집혀 있더라"며 미소 지었다.

한국이 우승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도 중국의 에이스 선천을 상대로 승리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등 윤지수는 승부처에 유독 강했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대화하는 내내 거침없이 승리욕을 드러내는 그에게 원천을 물었더니 아버지 얘기가 나왔다. 부친인 윤 코치는 현역 시절 완투만 100차례를 기록하는 등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윤지수는 "좀 처지는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정신력이 강한 편인데, 이런 면은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회가 끝나곤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 전했다.

어느덧 국가대표 7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이번 대회 경험을 밑거름 삼아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개인전에도 출전해 기량을 뽐내고 싶은 의지가 크다.

윤지수는 "리우에 후보 선수로 가면서 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걸 계기로 더 독하게 했다"면서 "멀리 보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도쿄까지 차분히 준비해 개인전에 반드시 출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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