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스리랑카인 결국 강제추방
13년 만에 DNA로 범인 찾았지만 무죄 확정…26일 밤 11시께 출국
법원 "범행 의심되나 증언 신뢰성 떨어져"…현지 기소 여부 관심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19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스리랑카인 K(51)씨가 지난 26일 밤 본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2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K씨는 지난 26일 밤 11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본국인 스리랑카로 강제 출국 조치됐다.
강제 추방 전 K씨는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생활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그의 강제 출국은 대법원의 이 사건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지 8일 만이다.
K씨는 다른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구에서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교 1학년생 정모(당시 18세)씨를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강도강간)로 지난 2013년 기소됐다. 범행을 저지른지 15년 만이었다.
정씨는 당시 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 30여m 떨어진 곳에서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고 수사를 종결했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사건의 실체는 2011년 K씨가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로 입건돼 유전자(DNA) 채취검사를 받으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2013년 그의 DNA가 15년 전 숨진 정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은 재수사 끝에 그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간죄 공소시효 5년이 2003년에, 특수강간죄 공소시효 10년이 2008년에 각각 지난 데 따라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를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1심은 K씨가 정씨 가방 속 현금, 학생증, 책 등을 훔쳤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당시 국내에 머물던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한 끝에 K씨의 공범으로부터 범행을 전해 들었다는 증인을 찾아 항소심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2심은 K씨의 성폭행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증언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년여의 심리 끝에 지난 18일 2심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K씨는 2013년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8∼2009년 무면허 운전을 한 별도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돼 강제 추방이 결정됐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외국인은 국내에서 강제 추방된다.
K씨의 공범 2명은 이미 2001년과 2005년에 불법체류로 추방된 상태다.
검찰은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가 20년인 점을 고려해 K씨를 현지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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