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호프미팅' 무슨 대화 오갔나…'車·야구·피자' 각양각색
文대통령,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맞춤형' 소재로 대화 주도
정의선에겐 "자동차"·박정원에겐 "야구"·금춘수에게 "태양광에너지"
구본준에겐 "피자CEO"·손경식엔 "가장 어른"·권오준에겐 "철강수출"
함영준에게 "갓뚜기"·정용진에겐 "소비심리" 소재로 '주파수 맞추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대표 기업인들과의 27일 첫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호프타임'으로 그 막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20여 분간 진행된 스탠딩 호프타임에서 초청된 기업대표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다가가 말을 건네며 대화를 주도했다. 특히 자동차나 야구, 신재생에너지, 피자, 철강 등 해당 기업이나 기업 대표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소재를 던지는 등 사전 준비가 치밀했음을 보여줬다.
국내 15대 기업에는 들지 못했지만 '특별 초청'된 오뚜기 함영준 회장에게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고용과 정직한 상속, 사회적 공헌 등을 거론하며 '갓뚜기'라는 시중 별칭을 언급하면서까지 치켜세우는 모습이었다.
◇ 文대통령,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中 때문에 자동차 고전하는데" =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양궁을 화제로 내세우며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하자, 정 부회장은 "남녀 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수출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기회를 살려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아버님이 원래 오시려 했는데 몸살 기운이 있으셔서 다음에"라고도 했다. 당초 현대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려 했다가 간담회 방식과 타기업 참석자들의 면면 등을 고려해 아들인 정 부회장으로 참석자를 변경했다.
◇ 두산 박정원 회장에겐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죠?" = 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는 "야구 선수를 좀 하셨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그건 아니고, 동호회에서 좀 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고 웃어넘겼다.
문 대통령은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떠냐"고 관심을 표명했고, 박 회장은 "지금 3등 하고 있는데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라고 다소 아쉬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듣던 주변의 한 참석자가 "기아 여기 있습니다. 기아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 한화 금춘수 부회장에겐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화제 =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관심을 표하자, 금 부회장은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태양광 여건이 어떠냐"고 하자 금 부회장은 "5%가 안 되는데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입지 조건을 좀 완화해 주시면"이라고 살짝 '민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 文대통령, LG 구본준 부회장에게 "피자 CEO 별명 있다던데" = 문 대통령은 구본준 LG 부회장을 보더니 대뜸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구 부회장이 소통 강화를 위해 2011∼2014년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피자 케이스에 격려 메시지를 남기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배달해 이 기간 피자를 받은 LG전자 직원은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전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며 "우리도 피자 한 번 돌리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어느 부서인지만 찍어주시면 돌리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전(全) 공장"이라고 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한 참석자가 "피자만 말고 치킨도 보내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 CJ 손경식 회장에게 "가장 어른" = 문 대통령은 CJ 손경식 회장에게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때 수행 경제인단으로 참석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로 정정하시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도 좋으시고, 오늘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라며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건강이 어떠시냐"고 묻자 손 회장은 "괜찮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美철강 관세' 대화 =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의 대화에서는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 덤핑 관세 부과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먼저 "요즘 미국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으냐"고 묻자,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셰일 가스 인더스트리가 이제 필요가 많고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안 줄었는데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그렇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라며 "그런 고충은 앞장서서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文대통령 "오뚜기를 '갓뚜기'라 한다더라" = 재계 서열 15위 안에 들지 못하고도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으로 추천받아 이날 참석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문 대통령한테서 '갓뚜기'라는 '예우'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더라"며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칭송했다.
이에 함 회장은 "대단히 송구하다.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기도 하다"며 "나중에 그 노하우도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또 "기업도 국민의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까 앞으로 잘 발전할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신세계와는 경기회복·中경제보복이 주제 = 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최근 경기회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 대표님, 요즘 어떠신가"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소비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경기동향을 보니 소비심리가 많이 살아난다고 한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연초에는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연초 계획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국 경제보복의 영향을 물었다.
이에 정 부회장이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 없다. 다만, 경쟁사는 높다"고 하자, 한 참석자가 "롯데가 제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그 부분 완화됐나, 요지부동인가, 관광객은 더 준 것 같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들 단체는 완전히 죽었다"며 다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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