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수해복구 현장서 작업 중 사고…지자체는 보상 '나 몰라라'
강원 홍천서 지반붕괴로 15t 덤프트럭 전복…수리비만 1천만원 이상
"안전관리·감독 소홀로 운전자 과실 아냐" vs "규정 없어 아무런 보상 못 해줘"
(홍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몸은 알아서 치료할테니 먹고 살게끔 덤프만이라도 고쳐달라는 겁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놈이 빨리 차를 고쳐야 할 거 아닙니까."
15t 덤프트럭 개인사업자 남호준(56)씨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홍천군 내면 창촌1리 소한동 계곡 인근 응급 수해복구 현장에서 도로지반 붕괴로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를 겪었다.
이달 들어 수차례 쏟아진 장대비 탓에 토사가 흘러내려 망가진 농로를 복구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차를 앞뒤로 몇 번이나 움직였을까. 후진하던 중 도로 가장자리가 무너졌고 그의 트럭은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져 뒤집혔다.
그는 이 사고로 목, 허리, 어깨를 다쳐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몸은 아직도 뻐근하지만, 그는 현재 절박한 심정으로 홍천군청 앞에 천막 하나, 현수막 두 개와 함께 서 있다.
도로지반 붕괴는 운전자 과실이 아니며, 현장 작업자 지시에 따라 차량을 움직였을 뿐인데 홍천군이 '규정이 없다'며 아무런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예상되는 수리비용만 1천만원에서 1천500만원.
차량이 뒤집히면서 운전석 부분이 망가져서다.
적재함은 자르고 용접하면 되지만 이 부분은 망가지면 통째로 교환해야 해서 새 부품으로 바꾸면 2천만원까지 나올 정도로 비용이 상당하다.
덤프트럭은 보험사에서 보험금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을 잘 받아주지도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곧 파산'이나 다름없다.
차는 사고 당시 군이 다음날 비 소식에 기름 유출과 2차 피해를 막고자 견인했고, 현재 강릉의 한 공업사에 수리 손길만을 기다리는 상태다.
지금까지 쓴 치료비 120만원에 앞으로 써야 할 치료비, 병원에 입원한 만큼 일하지 못한 비용 보상은 언감생심이다.
남씨는 "일단 차라도 고쳐줘야 나가서 병원비도 벌고, 못한 만큼 더 열심히 일할 거 아닙니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자신의 몸뚱이보다 더 걱정인 것은 자신만 바라보는 처자식들이다.
아내도 얼마 전 뇌경색으로 일을 못 하고 있어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
남씨는 "군이 안전관리·감독 소홀 등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홍천군 관계자는 "기간이 정해진 일반 공사가 아닌 응급복구공사여서 공무원을 투입해 안전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당시에도 마을 이장이 현장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규정이 없어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며 "군에서 잘못했다고 하면 다른 어떤 법을 통해서라도 보상금을 청구하라는 거다"고 덧붙였다.
결국, 운전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책임을 떠미는 군의 태도에 남씨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무기한 천막 농성'이다.
남씨는 "엄밀히 따지면 홍천군이 원청이나 발주처"라며 "이번에 수해를 당한 충북 청주 지역은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복구비 일부를 지원해주겠다는데 홍천군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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