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모험'이지만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

입력 2017-07-28 06:00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모험'이지만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

"개인적으로도 성적 내지 못하면 갈 수 있는 팀 없을 수도"

"야구대표팀 명예회복도 필요해"…"쉽지 않지만 맘 편히 도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상 첫 전임감독에 선임된 선동열(54) 감독은 KBO리그 프로팀 사령탑을 포기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한 결단을 '모험'이라고 했다.

대표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프로팀에 못 갈 수도 있다는 점도 쿨하게 인정했다.

그런데도 선 감독은 "누구라도 대표팀 감독을 맡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한 번 대표팀 감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전임감독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선 감독은 2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의 포부와 코치진 조각 가이드라인 등을 밝혔다.

오는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일본·대만 3개국의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하는 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꾸준히 뛸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전임감독으로 계약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오로지 대표팀만 생각하겠다고 공언한 선 감독은 1년이나 남은 내년 아시안게임을 벌써 정조준하고 있다.

다음은 선 감독과의 일문일답.

-- 프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3년간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결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에서 10년간 감독을 해봤다. 프로팀과 달리 국가대표 감독은 명예직이다. 현재 프로야구가 침체한 상황이고, 예전과 비교하면 좋은 선수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도 (대표팀이 성적이)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대표팀 감독은 모험이다. 하지만 누가 맡아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책임감을 느끼고 대표팀 감독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구본능 KBO 총재님이 대표팀 감독을 제안한 뒤 2주간 많이 생각했고, 부담감도 느끼지만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대표팀 전임 김인식 감독님이 국민 감독님 아닌가. 첫 전임감독으로서 김 감독님의 명성에 어긋나지 않고,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느낀다.

개인적으로 대표팀에서 성적을 못 내면 내가 프로에서 갈 수 있는 팀이 없을 수 있다고도 본다. 여러모로 쉽지 않지만, 마음 편하게 생각하겠다.

--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의 실패가 대표팀 감독 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 이번 WBC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나오다 보니 실력 차이가 난건 맞다.

당시 대표팀 투수코치였던 내가 조금 더 잘했다면 서울 예선을 통과해 일본 도쿄까진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다.

국가대표팀도 한 번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전임감독을 맡게 됐다.

--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 23세 이하 3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친선경기 성격이 짙다. 주변에서 대표 선수들의 세대교체 얘기를 자주 하지만, 한꺼번에 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으면 무리수가 생긴다.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은 도쿄돔 같은 곳에서 경기하면 좋은 경험을 쌓을 것이다.

내년 아시안게임, 2019년에 프리미어 12 대회가 계속 열린다. 프리미어 12를 쉽게 생각하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에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대만, 호주보다 성적이 더 좋아야 올림픽 본선 직행권을 딸 수 있다.

프리미어 12 성적이 좋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도 어렵다.

결국, 올해 11월 대회는 아시안게임, 프리미어 12, 최종적으로 올림픽까지 쭉 갈 수 있는 선수를 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 선수가 몇 명 나와줬으면 좋겠다.

(KBO에 따르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2019년 프리미어 12에서 성적이 좋은 대륙별 2개 팀에 도쿄올림픽 본선 직행권을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국이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으려면 대만, 호주보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륙 1위를 차지하는 게 유리하다.)

-- 벌써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가.

▲ 병역 혜택을 바라는 선수들이 있겠지만,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갈 것이다. 베테랑의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겠다.

아시안게임 엔트리가 24명(KBO리그 팀당 엔트리 27명)이라 고려할 수 있는 폭이 작기에 지금 어떤 선수를 대표로 뽑겠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 대표팀 감독과 프로 감독의 근본적인 차이는.

▲ 장기적인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프로팀 사령탑과 단기전에 집중해야 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분명히 다르다.

프로팀에서 10년간 지내면서 장기적인 야구를 했다면 이제 우리나라 최고 선수를 데리고 단기전에 치중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단기전에선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야구가 순리대로만 풀리진 않는다.

선발 투수가 무너졌을 때 두 번째 등판하는 투수가 2∼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줄 때 반격할 계기가 생긴다. 점수를 더 준다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각 나라 대표 선수끼리 격돌하는 국제대회에서 2∼3점을 뒤집기란 쉽지 않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적재적소에 투수를 얼마나 잘 투입하느냐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간 투수 교체를 빨리해서 좋은 결과를 낸 적이 많았다.

다만 프로리그 시작 전에 하는 WBC와 달리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은 시즌 중간에 하는 대회이므로 타자들의 타격감각은 더 나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를 하는 만큼 전술적으로는 팀플레이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고 체력적으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쪽에 팀 운영의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 대표팀 코치진은 어떻게 조각하나.

▲ 모두 새롭게 꾸릴 것이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첫 번째 조건이다. 젊은 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현장을 잘 아는 프로 코치들이 누군지 추천도 받고 있고 현재 돌아다니며 접촉도 하고 있다. 8월 중순께 코치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 삼성과 KIA 경기 자주 보나.

▲ TV로 가끔 본다. 현장에는 못 가도 TV로 5개 채널에서 중계하는 프로야구 경기를 잘 본다.

KIA가 아주 잘 나가서 상당히 좋은 성적 낼 것 같다. 삼성은 초반에 굉장히 안 좋았지만 최근 리드를 지키는 힘이 마운드에 생겼다. 초반보다 많이 안정됐다.

-- 야인으로 3년을 보냈다. 삼성과 KIA 감독 시절 후회가 있다면.

▲ 후회라기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 감독이 잘못한 것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KIA 감독 시절엔 2군 시설인 함평 챔피언스 필드가 막 생겼을 때라 2군이 지금처럼 활성화하지 못했다. 1·2군의 기량 차가 많이 났고, 주전 선수 중 부상자가 나오면 누수가 심했다.

지금 KIA를 보면 1·2군 선수 간 기량 차가 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KIA의 성적이 좋으니 나도 좋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