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추진해야

입력 2017-07-27 17:52
[연합시론]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추진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 기업에 세제지원을 집중하는 내용의 세제개편 방향에 합의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당정협의 뒤 브리핑에서 "고소득층 세 부담은 강화하되 서민과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확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고용증대 세제를 신설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거나 임금 몫을 늘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기업의 세액공제를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세자영업자 재기 지원을 위한 한시적 체납세금 면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근로 장려금 지원금액 인상 ▲영세 음식점업자에 대한 부가세 의제매입세액 공제 확대 등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실행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당정협의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증세 문제도 논의된 것 같다. 김 의장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담세 여력이 있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 정상화가 필요해 최고세율 구간 신설이 타당하다는 당의 입장을 전달했고 정부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는 "그런 방안은 없다"고 부인했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세법개정 내용에 자본소득 과세도 "조금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앞서 ▲과세표준 2천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 25%(현 22%) 적용 ▲과표 3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구간을 새로 만들어 소득세율 40%(현 38%) 적용 ▲5억 원 초과자 소득세율 42%(현 40%)로 인상 등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당정협의 내용을 토대로 다음 달 2일 세법개정안을 내놓는다. 정부는 애초 이해관계가 민감한 증세 문제는 중기과제로 넘길 방침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제현안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소득세 명목 세율을 올리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봐도 그렇다. 우선 추가 세수분과 조세감면 정비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증세는 내년에나 이슈화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추 대표는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부자증세' 카드를 꺼냈다. 국정과제 수행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고, 청와대도 이에 동의하면서 증세 논의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처음에는 과표 2천억 원 이상의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과 과표 5억 원 초과 소득세율 인상 등 두 가지 얘기만 나왔다가 '부자증세' 여론이 나쁘지 않자 자본소득 과세 등으로 퍼졌다.

이런 증세 논의를 정부 경제팀 수장인 김 부총리가 주도한 것 같지는 않다. 경제부총리는 재정정책을 총괄하고 각 부처에 필요한 재원을 분배하는 컨트롤타워다. 그런 김 부총리가 증세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린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ㆍ정ㆍ청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여과 없이 나가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혼선만 주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김 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3인은 경제 정책 간담회를 하고 경제 정책 메시지 창구를 김 부총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우려해서 그런 간담회도 했을 것이다. 그래 놓고 청와대와 여당의 유력 인사들이 김 부총리의 힘을 빼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끌고 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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