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필수여야 하나…"다문화사회 일률적인 언어교육 맞지 않아"

입력 2017-07-28 08:05
영어 필수여야 하나…"다문화사회 일률적인 언어교육 맞지 않아"

교육부에 교육과정 총론 개정 건의…"부모 나라 글과 한글 배울 수 있는 이점 살려야"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면 자녀는 영어가 아닌 베트남어를 제1외국어로 선택할 수도 있지 않나요."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기초 교과를 영어라는 한가지 외국어로 제한하지 말아 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문화사회를 맞아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일률적인 외국어 교육이 꼭 맞지만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고등학교 학습 기초 교과 즉 필수 교과로 국어, 영어, 수학이 들어가 있다.

중학교는 생활외국어, 고등학교는 제2외국어로 영어 이외 다른 외국어를 선택해 학습하도록 한다.

이처럼 교육과정 총론에서 영어를 기초 교과로 지정함에 따라 모든 학생이 의무로 영어를 배우고 대학 입시도 치러야 한다.

문제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다문화 가정 초ㆍ중ㆍ고 학생 수는 10만명가량으로 추산한다.

다문화 자녀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구에도 학생 수는 작년 4월 2천963명으로 전체 학생의 1%를 넘어섰다.

부모 출신 나라는 베트남이 1천2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903명, 일본 289명, 필리핀 256명 등 순이다.

그동안 다문화 가정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는 구호는 많았다.

어려서부터 어머니 또는 아버지 출신국 언어와 한국어까지 2개국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으므로 그러한 이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는 없다.

다문화 자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 또는 아버지 출신국 언어를 익히더라도 기초 교과인 영어를 배워야 대학 진학 등에 어려움이 없으므로 영어 학습에 매진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학부모 출신국에 상관없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교육받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이 꾸린 가정 자녀를 보면 실제로 베트남어를 모르는 아이가 많다"며 "조부모가 아이가 베트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 가정 자녀가 남다른 환경 영향으로 학력뿐 아니라 자긍심이 떨어진 것을 자주 본다"며 "어머니 또는 아버지 나라 언어 학습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게 하고 나아가 진로, 진학까지 연계해주는 맞춤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고교 기초 교과에서 영어를 '제1외국어'로 개정하고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 등에서 제1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시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아직은 영어를 제1외국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이 문제에 사회 공감대를 다진 뒤 장기적으로 교육과정 총론 개정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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