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 中지분 확대 제안할 듯
리스크 커지자 중국에 지분 떠넘겨…정부 예산 부족도 일부 영향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HSR) 사업의 지분을 중국 측에 대부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 각료회의에서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의 중국 측 지분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현재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의 지분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 60%를, 중국 측이 40%를 갖고 있다.
바수키 하디물조노 인도네시아 공공사업부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10% 지분을 갖고 중국의 지분을 90%로 늘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제3 도시 반둥까지 142㎞ 구간을 잇는 이 고속철은 중국이 일본을 따돌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수주한 대형 고속철 사업이다.
양국은 작년 초 반둥에서 착공식을 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의 복잡한 토지수용 절차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고속철이 통과할 산악 지역에 추가로 터널 공사를 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되면서 애초 52억 달러(약 5조8천억원)로 예상됐던 총사업비도 60억 달러(약 6조7천억원)로 늘어났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공사를 시행 중인 중-인도네시아 합자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중국에 넘길 경우 중국은 공사비의 75%를 중국개발은행 대출로 충당하는데 더해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신 중-인도네시아 합자회사는 2019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한 뒤 50년간 해당 노선을 독점 운영한다.
바수키 장관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10∼15년 내에 사업비를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간의 독점운영 기간이 지나면 자카르타∼반둥 고속철은 인도네시아 정부 재산으로 귀속된다.
인도네시아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의 지분을 중국에 넘길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리스크 관리 외에도 여타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의 예산 부족 현상 심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후 경제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도로와 항만, 전력 등 핵심 인프라 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기대 만큼의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예산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조세사면을 시행해 무려 4천881조 루피아(410조원)에 달하는 검은돈을 양성화했고 이달 26일에는 국외 은닉자산 추적을 위한 법안까지 통과시켰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인프라 재정 포럼 행사에서 "인도네시아가 인프라 건설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선 향후 5년간 5천억 달러(약 556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더욱 많은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임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의 대(對) 인도네시아 투자 규모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은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의 인도네시아 투자 규모가 19억6천만 달러(약 2조2천억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2.79%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3년 인도네시아의 금속 원광 수출금지 조치 이후 인도네시아 현지에 제련시설을 갖추면서 투자를 본격화했고, 최근에는 부동산과 관광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