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레이딩업계 풍운아 행세 사기극 벌이다 쇠고랑

입력 2017-07-27 13:28
美트레이딩업계 풍운아 행세 사기극 벌이다 쇠고랑

여자친구 부모 등 20명에게 20억원 투자받아 탕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한 20대 남성이 트레이딩업계의 풍운아를 자처하며 여자친구의 부모와 조부모, 그들의 지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사기극을 벌이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출신 랜들 라이(26)는 4년 전 일리노이 주 시카고로 터전을 옮겨 '패스터 댄 라이트 트레이딩'(Faster than Light Trading LLC)을 설립하고 여자친구 부모 등 20명으로부터 172만 달러(약 20억 원)를 투자받아 호화생활을 누리다 꼬리를 밟혔다.

라이는 "엄청나게 성공적인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해주겠다"며 2015년 9월부터 현금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정작 투자금으로 발리·세인트루시아 등 유명 휴양지를 여행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월드시리즈·매스터스 골프대회·슈퍼볼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롤라팔루자 등 음악 축제 입장권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라이가 작년 가을 시카고 컵스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입장권 14장을 사는 데 쓴 금액만 11만 달러(약 1억2천만 원)라고 밝혔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라이가 호화로운 생활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트레이딩업계의 풍운아 행세를 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발목에 족쇄를 찬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라이는 이날 시카고에 있는 미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에서 전신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70개월(5년10개월)을 선고받았다.

로널드 구즈먼 판사는 라이가 여자친구 가족의 신뢰를 엄청난 배신으로 갚았다며 징역형 외에 투자받은 금액 172만 달러를 모두 갚으라고 판결했다.

라이는 이날 법정에서 깊은 후회를 표하며 여자친구의 가족인 디트리치 일가에 용서를 구했다.

검찰은 "라이는 트레이딩 관련 정식 교육을 받은 일이 없으며, 관련 서적 몇 권을 읽은 것이 지식의 전부였다"면서 트레이딩 알고리즘 개발은 헛된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라이는 경제전문채널 CNBC에 출연해 시장에 관해 설명하는 등 언변이 뛰어났고, 디트리치 부모와 조부모 등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검찰은 부연했다.

법정에 나온 라이의 여자친구 재클린 디트리치는 결혼을 전제로 만난 라이가 가족과 주변인들의 신뢰를 악용했다고 배신감을 표현했다.

라이는 투자금 반환을 요구한 고객에게 가짜 전신 송금 증서를 보내려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덜미가 잡혔다. 그는 지난 2월 스위스로 도주했다가 잠시 귀국한 길에 FBI에 체포됐고, 지난 4월 혐의를 인정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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