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버스 방치아동, 엄마의 건절한 바람에도 1년째 의식 못 찾아

입력 2017-07-27 13:55
찜통버스 방치아동, 엄마의 건절한 바람에도 1년째 의식 못 찾아

"튜브 빼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였으면…"

중국 동포 가족, 국내서 계속 치료받도록 관심 호소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의식이 없는 아이가 발작하거나 튜브로 공급한 음식물을 자꾸 토할 때면 말도 못 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 제 가슴도 미어져요."



지난해 7월 폭염 속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A(사고 당시 만 3세)군이 1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환자실과 격리병실을 전전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A군 어머니 B(38)씨는 27일 오전에도 아들의 곁을 지키며 수시로 몸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확인하고 있었다.

종일 병실을 지키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A군 어머니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A군은 때때로 몸이 굳는 경직 증세를 일으키거나 기침을 하며 오랜 투병생활의 고통을 무의식 중에 나타냈다.

온순한 성격의 A군은 평소에도 부모님에게 무언가 해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B씨는 "달콤한 걸 좋아해 유치원에 갈 때 가끔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해 사준 게 전부다.

그날도 아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먹고 버스에 탔다"고 회고했다.

그는 "코에 꽂은 튜브를 빼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여보는 게 소원이다.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지난 3월 상태가 악화돼 한차례 중환자실로 옮겨졌던 A군은 쭉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25일부터 어린이병동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병원 치료 중 VRE균(수퍼박테리아균의 일종)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고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라 가족들도 면회를 거의 하지 않고 어머니가 간병에 전념하고 있다.

휴직하고 함께 아들을 돌봤던 A군 아버지는 생계 때문에 직장에 복귀했으며 A군이 다녔던 유치원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다닌 남동생(3)은 고모의 보살핌 속에 지금은 다른 유치원으로 옮겼다.

기본적인 치료비는 버스공제조합 보험으로 처리되지만 소모성 의료용품 구입·간병 비용 등은 지원받을 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동포인 A군 가족은 A군이 국내에서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복지와 치료를 받게 하려고 영주권을 확보하고 장애 등록도 한 상황이다.

A군 아버지는 영주권이 있지만 2011년 초청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B씨와 국내에서 태어난 A군 형제는 아직 영주권이 없다.

B씨와 아이들은 올해 영주권 전 단계인 거주자 비자를 받은 상태다.

B씨는 병원으로부터 장애 진단 판정을 받아 구청에 장애 등록을 하려 했지만, 영주권자나 재외동포비자, 결혼이민비자 발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건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통상 거주자 비자 발급 후 영주권 발급까지 2년이 걸리는데 B씨는 치료를 위해 아들의 비자라도 먼저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찾고 있다.

A군 어머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