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잘 던져도 지는 고난의 선발 첫 시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kt wiz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26)는 올해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
2014년부터 3년간 kt의 불펜으로만 뛰다가 올해 선발투수로 전환한 것이다.
투수 코치들의 제안도 있었지만, 선발로 뛰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컸다.
출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4월 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처음 선발 등판한 고영표는 6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생애 첫 선발승이다.
그 후 고영표는 3연패에 빠졌다. 직구보다는 변화구로 대결하는 스타일이어서 제구에 신경을 쓰느라 구위가 흔들린 탓이었다.
고영표는 마음을 다잡고 일어났다.
4월 29일 LG 트윈스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의 쾌거를 이루며 다시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5월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8이닝 4실점으로 패전한 이후 다시 연패에 빠졌다.
이날부터 11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승리 없이 6연패에 빠졌다.
스스로 대량 실점을 허용한 날도 있었지만, 6⅓이닝 2실점(7월 5일 두산전), 6이닝 2실점(7월 25일 두산전) 등 잘 던지고도 승리하지 못한 날도 많았다.
고영표는 올해 19경기에서 108⅔이닝을 던졌다. 매 경기 평균 5⅔이닝 이상은 책임졌다. 이닝 소화력이 전체 KBO리그 투수 중 14위에 해당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8차례나 했다. KBO리그 공동 1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성적은 4승 10패에 그친다. 팀 동료 정성곤과 함께 최다 패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영표보다 1이닝 더 많이 던진 에릭 해커(NC·17경기 109⅔이닝)는 9승 3패를 기록했고, 고영표보다 ⅔이닝 덜 던진 팻 딘(KIA·19경기 108이닝)도 5승 5패로 승이 더 많다.
퀄리티스타트 수가 같은 최원태(넥센 히어로즈)도 8승 6패를 자랑한다.
투구 내용과 비교하면 고영표의 투구 결과는 가혹하다.
득점 지원이 부족한 탓이 크다. 팀 타율 0.264로 꼴찌인 kt는 총 득점도 385점으로 10개 팀 중 유일하게 300점대다.
고영표의 외로운 싸움은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고영표는 올해 선발투수로 뛰는 게 처음이어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투구 관리를 해주고 싶은데, 불펜이 약하니 길게 던지게 할 수밖에 없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5선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올 시즌을 시작한 고영표는 kt 마운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다행히 고영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김 감독은 고영표에 대해 "한 이닝에 빅이닝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본인이 스스로 흐름을 끊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럴 때 잘 던지는 공을 언제 써야 할지 아는 것이 관건"이라며 더욱 노련한 투수가 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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