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상영에 日매체들 민감 반응…日정부 "창작됐다"만 강조

입력 2017-07-27 09:55
'군함도' 상영에 日매체들 민감 반응…日정부 "창작됐다"만 강조

극우성향 산케이신문 "역사적 사실 아냐" 억지 주장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군함도(端島·하시마)로 강제징용됐던 조선인을 다룬 한국 영화 '군함도'에 대해 일본언론매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대부분 매체들은 영화가 일정 수준 가미할 수밖에 없는 창작에만 초점을 맞춰 주목된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7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로 군함도 개봉 소식을 전하면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지 않았다고 깎아내렸다.

이 신문은 우선 군함도가 "조선인 징용공(강제징용노동자)이 갱도 내부에서 사망하는 장면이 있고 일본인과 조선인 모두에 대한 살해 장면이 극히 잔혹하게 묘사돼 있다. 조선인 여성이 유곽에서 강제로 보내지거나 욱일기(전범기)를 찢는 장면도 있어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군함도 말미에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로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희생자를 기억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자막이 흐른다고 지적하고, 정치적 호소가 강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함도 예고편에 "조선인에게는 살아서는 나오지 못하는 지옥도"라는 표현도 나온다며,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산케이 신문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뉴욕타임스(NYT) 옥외 전광판에 올린 '군함도의 진실' 광고 영상 속 사진이 일본인 광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교도통신은 군함도에 대해 "톱스타가 모인 호화캐스팅, 일본과의 역사문제의 앙금이 영향을 미쳐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일본의 전쟁 중 역사를 과장되게 묘사해 대일 감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지통신도 "한국내에서 징용공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18㎞가량 떨어진 군함도는 1940년대 많은 조선인들이 해당 섬의 해저탄광으로 끌려와 강제노동에 시달린 한이 서린 곳이지만, 일본 측의 집요한 시도로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 정부는 이 영화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발언 중 '창작물'이라는 부분만 끄집어내 강조하며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군함도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는데 급급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감독 자신도 창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는 아니다"면서 "징용공 문제를 포함해 한일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지난달 15일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된 이야기"라고 밝혔는데, 이 중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내용은 빼고 창작물이라는 점만 강조한 것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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