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국제변호사야" 채팅앱서 알게 된 여성들 돈뜯은 사기꾼
만난 적 없지만 2명에 70여회 소액 사기…경찰, 기소 의견 송치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알게 된 여성을 상대로 자신을 '국제변호사'로 속여 돈을 받아 챙긴 40대 남성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현행법상 특정 국가·지역 변호사가 아닌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은 없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여성들로부터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모(43)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2명에게 총 73회에 걸쳐 3천800만원 상당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국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통장 일부가 압류돼 문제가 생겼다. 압류 상태를 해지하려면 급히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수차례 빌려달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김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실제로 만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교제하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김씨는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며 돈을 빌려주면 빨리 갚겠다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탄한 직업을 가졌다는 말에 속은 피해자들은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보내줬다. 김씨는 2명에게서 동시에 돈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한 달 가까이 통신·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서울의 한 PC방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그는 평소 PC방에서 채팅이나 게임을 일삼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를 속여서 받은 돈을 주로 생활비나 유흥비에 썼으며 국내 카지노를 드나들며 돈을 탕진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채팅앱 등을 통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금전을 요구하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행법상 '국제변호사'라는 명칭은 없다. 변호사법과 외국법자문사법은 국제변호사를 표방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해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국내에서 외국법자문사로 활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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