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해수욕장 선호하면서 발길은 유명한 곳으로
10대 해수욕장 72.7% 집중…패러다임 바꿔 다양한 정보제공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적한 해수욕장을 선호하면서도 실제로는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지난해 전국 256개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은 연인원 기준 1억명을 넘었다는 게 정부 통계이다.
그 가운데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충남 대천 등 상위 10곳에 72.7%가 몰려 심한 혼잡을 빚었다.
해양수산부의 2015년 해수욕장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0.1%가 '유명하지 않지만 사람이 적고 여유있는 해수욕장을 선호한다'는 밝힌 것과는 모순되는 현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관광문화연구실은 26일 공개한 '해수욕장 관리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에서 이처럼 특정 해수욕장 집중 현상에 따른 혼잡, 무질서, 환경오염으로 방문객의 스트레스와 불만족이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수욕장은 강원 92곳(35.9%), 전남 54곳(21.1%), 충남 33곳(12.9%), 경북 25곳(9.8%), 경남 24곳(9.4%) 등 전국에 골고루 분포한 편이지만 방문객 수는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부산 4천700만명(45.3%), 강원 2천400만명(23.7%), 충남 1천800만명(17.7%) 등 3개 시·도가 87%를 차지했다.
방문객 상위 10개 해수욕장은 부산(5곳), 강원(4곳), 충남(1곳) 등이다.
10대 해수욕장 방문객이 전년보다 300만명 늘어나는 등 특정 해수욕장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추세라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밝혔다.
이같은 특정 해수욕장 집중 현상은 혼잡과 무질서를 낳고 방문객들은 불만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방문객 수 1위인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작년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는 평일 4t, 주말 8t에 달해 개장 기간 총 191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지난 10년간 해수욕장 관련 언론 기사 검색에서도 바가지요금, 호객행위, 안전사고, 성범죄 등 부정적인 키워드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한적한 해수욕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시설과 교통 여건이 미비한 데다 유명 해수욕장의 홍보와 편리성에 끌리기 때문이라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진단했다.
따라서 해수욕장 이용객을 전국으로 분산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수욕장 관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해수욕장 안내 정보 체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방문객 수 집계 위주인 해수욕장 정보 체계를 강화해 혼잡도, 해양 레저스포츠와 관광시설 현황, 안전과 환경관리, 주변 연계 관광자원 등 방문 목적에 따라 해수욕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해수욕장의 명칭이나 위치 외에 편의시설, 관광활동, 이벤트와 축제 등 관광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다.
영국은 '더 비치 가이드'라는 해수욕장 안내 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지역의 1천500여개 해수욕장 정보를 제공한다.
해수욕장의 전반적인 소개는 물론이고 모래 특징, 안전요원 유무, 애견 출입 가능 여부, 각종 편의시설, 날씨 등도 제공한다.
일본도 해수욕장의 계절적 이용 패턴, 체류시간, 혼잡도 등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수욕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관광정보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연안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밝혔다.
또 여름에만 찾는 해수욕장에서 벗어나 사계절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놀이시설 보급을 통한 해양레저활동 다양화, 지역별 테마 해수욕장 정비, 어촌마을 연계 방안 등을 마련하고 기업체와 연계해 수익 창출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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