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보복에 당한 자동차·화장품 기업 '어닝 쇼크'(종합)
현대차, 2분기 영업익 23.7% 하락…아모레, 반토막도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김은경 기자 =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자동차와 화장품업체들이 2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자동차와 화장품 대표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58%까지 떨어졌다.
◇ 현대차, 상반기 영업익 16.4%↓…기아차도 실적 하락 우려
현대자동차는 26일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2분기 자사 영업이익이 1조3천4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24조3천80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1.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9천136억원으로 무려 48.2%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달 현대차 실적 전망에서 2분기 영업이익이 12.9% 감소하리라 내다본 것보다도 10.8%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현대차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4% 늘어났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4%, 34.3%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실적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8.2% 감소한 219만7천689대였으나 중국을 제외할 경우 오히려 작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사드 사태 영향으로 판매가 급락하며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다양한 신차를 공급하고 지역별 자동차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7일 2분기 실적을 공시하는 기아차 역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기아차의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14조500억원, 영업이익은 30.1% 줄어든 5천389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2012년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8.6%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8%로 급락했다.
◇ LG생활건강도 화장품 부분 영업이익은 감소
중국 의존도가 심한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사드 보복을 피해가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57.9% 감소한 1천303억8천만원, 매출은 17.8% 줄어든 1조4천129억5천만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999억6천만원으로 59.5% 감소했다.
이달 중순 현대차투자증권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이 3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보다 24% 포인트나 더 내려갔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영업이익이 2천3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으나 매출은 1조5천301억원으로 1.5% 감소했다고 전날 밝혔다.
영업이익 증가는 음료와 생활용품 사업부 선전에 따른 것으로 화장품만 따로 떼놓고 보면 매출은 7천812억원, 영업이익은 1천4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7%, 2.7%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사드 갈등은 올해 3월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과 유통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3∼5월 방한 중국인은 84만1천952명으로 작년 동기(198만9천833명)보다 무려 57.7%나 감소했다.
중국 관광객의 화장품 대량 구매가 줄면서 올해 4월 화장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온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화장품업계는 사드 보복이 지속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며 판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덕분에 2∼3월 4억 달러를 넘었다가 4∼5월 3억5천 달러 대로 떨어졌던 화장품 수출 규모는 지난달 다시 4억2천542만8천 달러로 올라섰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중국과 갈등이 완화되면 상황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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