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실 'MB문건' 공개 여부 고심
靑 내부의견 갈려…제2롯데 인허가 문건만 따로 공개하진 않을 듯
靑관계자 "제2롯데 문건에 불법으로 보이는 지시 포함"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에서 나온 전 정권 청와대 문건의 공개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애초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문건은 민감한 외교·안보 관련 현안이 담겨 있는 만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안보실 문건 중 외교·안보와 관련이 적고 불법적인 지시가 담긴 것으로 판단되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25일 존재가 알려진 이명박(MB) 정부 때 제2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관련 문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해당 문건에는 불법적인 지시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으나,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로 십 수년간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 때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신축허가가 나자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이 문건의 공개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고, 검찰 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질 일을 청와대가 나서서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발견된 민정수석실·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문건의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불법적 지시가 담긴 것으로 판단되는 문건은 사본을 박영수 특검팀으로 보냈다.
국가안보실 문건 역시 분류 작업을 거쳐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으로, 불법성이 있는 문건의 사본은 특검 또는 검찰로 보낼 방침이다. 문제의 제2롯데 인·허가 문건 역시 검찰이나 특검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의 정경유착 역시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굳이 안보실 문건을 공개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이 드러난 마당에 청와대가 관련 사실을 공개해봐야 '뒷북'을 치는 모양새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전 정권 청와대 문건 공개에 따른 보수야당의 반발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에서 전 정권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14일부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치외법권이라도 가졌나'라며 강경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보다는 덜 하지만 바른정당 역시 전 정권 문건 공개가 마뜩잖은 표정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야권의 협조가 필요한 마당에 문건 공개로 야권을 자극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제2롯데 인·허가 관련 문건만 따로 공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실 문건 중 (제2롯데 인·허가 문건 외) 다른 게 또 나오면 한 번에 묶어서 발표하는 방안은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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