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어쩌나…국회답변에 사학스캔들 더커져…말바꾸기에 '비판'
"성의껏 설명했다"는 아베에 언론·정치권·시민단체 십자포화
총리측 참고인 '모르쇠'에 분노…"말투만 정중했지 설득력 떨어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논란 끝에 24~25일 국회에 출석해 사학스캔들 의혹을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만하다'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진지한 답변태도를 보였으나, 과거의 발언과 배치되는 발언을 하며 '말바꾸기'라는 새로운 비판까지 받고 있다.
26일 일본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아베 총리가 25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말을 바꾼 것과 관련해 비판의 날을 세워, 국회 답변 이후의 싸늘한 반응을 전했다.
일본 야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스캔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알게 된 시점이 올해 1월 20일이라고 밝힌 점을 물고 늘어졌다.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은 뒤에야 알게 된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설명이었지만, 그와 관련해 지난 3월과 6월에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 점에 야권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결국 아베 총리는 "(과거의 발언에) 혼동이 있었다"고 사과해야 했다.
아베 총리는 이틀간 국회 출석에서 그동안의 고자세를 벗어나 "국민의 논 높이에서 진지하게 설명을 하겠다"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70%를 넘나들던 내각지지율이 사학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26%까지 떨어지자 자세를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국회 출석이 끝난 뒤인 25일 밤 일부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성심 성의껏 정중하게 (설명)했다"고 만족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 전문가들의 반응은 모두 싸늘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틀간의 국회 출석에서 '저(低)자세인 척'으로 일관했다며 말투는 정중했지만, 설득력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민진당의 야마노이 가즈노리(山井和則) 국회대책위원장은 아사히에 "정중한 설명과는 상당히 떨어진 이틀간이었다"고 말했고, 연립여당 공명당의 한 간부 역시 "총리가 과거 답변을 수정해 사과한 것이 나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답변 내용에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총리측 참고인이 '모르쇠'로 일관한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혹을 폭로했던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처음부터 가케학원으로 정해놓고 (신설 논의가) 추진된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한 데 반해 총리측 참고인 5명은 "기억에 전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시민단체 '정보공개 클리어링 하우스'의 미키 유키코(三木由希子) 대표는 "불리한 것은 기억하지 못하고 유리한 것만 명확하게 기억하는 식의 설명으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東京)의 70대 시민은 마이니치 신문에 "자꾸 기억에 안난다고 하는 정부 고관이나 정치인들은 이제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비꼬았으며 오사카(大阪)의 30대 주부는 "가케학원 이사장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가케학원 이사장은 여권의 도움으로 이번 국회 출석을 피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출석으로 사학스캔들을 일단락 짓고 다음달 개각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일부 인사만 경질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각 내용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을 유임시키며 골격을 바꾸지 않는 개각에는 신선미가 결여돼 있다며 "어떤 인사를 해도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총리 주변 인사의 발언을 전했다.
이 신문은 10월 아오모리(靑森)현과 에히메(愛媛)현 등 2곳에서 열리는 중의원 보궐선거의 승패가 향후 정권 운영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4일 자민당의 도쿄도의회선거 참패 이후 처음 열린 지자체 선거인 센다이(仙台)시장 선거에서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야권 지지 후보에게 참패해 '반(反)아베' 정서가 확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