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기업인 호프타임은 '소통'…靑 "받아적는 자리 아냐"
靑관계자 "文대통령 듣는 데 중점 둘 것"…前정부와 차별화 강조
"편안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文대통령이 호프타임 아이디어 내"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말하고 받아적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냥 허심탄회하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의 성격에 대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열린 재벌총수 간담회가 대통령의 뜻을 사실상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했던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회동임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히 기업인들과의 다양한 면담기회를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막대한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그때(박근혜 정부때)는 말하고 받아적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정반대"라며 "일자리 몇 개 만들겠다, 투자 몇 개 하겠다라고 약속하고 거기에 엮이는 자리였지만 거꾸로 이번에는 그냥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편안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호프 타임' 형식으로 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것도 문 대통령이라는 후문이다. 새로 정부가 출범하면 관례로 열리던 '일괄회동' 형식을 피하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말하는' 쪽보다는 '듣는' 쪽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듣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도 듣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기업의 전문경영인(CEO)이 먼저 이야기하고 대통령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전날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사람중심 성장'으로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업환경이 새롭게 바뀔 텐데 의견을 한번 듣고 싶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기업인들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토대로 ▲일자리 주도 성장 ▲소득 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주도 성장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듣고 대화를 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나름대로 불만스러운 점도 얘기하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게 간담회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간담회 시간이 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 초청받은 기업인들로서는 대통령과의 편안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민원사항을 전달할 수 있도록 관련 발언을 면밀히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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