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양대정파 휴전 합의…마크롱 '피스메이커' 역할

입력 2017-07-26 02:55
수정 2017-07-26 08:19
리비아 양대정파 휴전 합의…마크롱 '피스메이커' 역할

마크롱, 리비아 최대정파 수장들 프랑스로 불러 평화협상 중재

양측, 공동선언 채택…무력사용 자제하고 내년초 선거 통해 정국 정상화하기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카다피 독재정권 붕괴 후 두 세력으로 갈려져 반목해온 리비아 양대정파가 무력분쟁을 종식하고 내년 봄 최대한 빨리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최근 중동문제의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프랑스에서 3자 담판을 통해 화해의 전기를 마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사라지 총리와 리비아 동부지역 대부분을 통치하고 있는 칼리파 하프타르 군사령관을 파리 교외의 라 셀 생클루 성(城)으로 초청해 3자 회담을 열었다.

리비아는 '아랍의 봄'으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트리폴리에 기반을 둔 이슬람계 통합정부와 동부 투브르크에 기반을 둔 하프타르 주축의 비(非)이슬람계 정부로 양분된 상태다.

2015년 리비아 폭력 사태를 종식하려는 유엔의 중재 끝에 트리폴리에 통합정부가 구성됐지만, 국토의 3분의 2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하프타르 사령관 측은 통합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양측이 반목해 왔다. 두 세력 간 교전도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희생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회담 직후 공동선언을 채택한 양측은 "휴전을 결의한다"면서 "테러 대응을 제외한 어떤 무력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측은 내년 초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선거를 통해 정국 안정을 기하고 법치 확립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최근 리비아 통합정부는 대선과 총선 시행계획을 포함한 새 정치로드맵을 발표하고, 치안 불안과 국론 분열, 경제 회복 등 9가지 의제에 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지만, 하프타르 군사령관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두 당사자가) 역사적인 용기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고 유엔의 리비아 담당 특사인 살람 파예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도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내년 대선과 총선 시행을 앞두고 정국혼란 해소 방안과 리비아의 경제와 인권상황 개선, 안보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리비아에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가 하나의 정규군을 거느린 가운데 국정혼란을 수습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양측을 압박해왔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시리아 내전 등 중동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는 마크롱이 리비아 문제의 '해결사'로 나선 것은 이 나라의 정국불안이 유럽의 안보와 치안에도 매우 큰 악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정국혼란을 피해 유럽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리폴리 등 리비아 해안도시는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이용해 유럽으로 불법 이주하려는 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로, 최근 3년간 매년 15만 명 이상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 중 상당수는 매년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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