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나 자리 거는 맘으로 일하자"…국무회의서 터진 폭소(종합)
이낙연 총리, 한비자 세난편(說難篇) 인용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세간의 '안 보인다' 지적 적극 반박
장하성 정책실장 "휴가 중 회의 온 김수현 수석 당장 나가라" 농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새 정부의 국무위원만으로 개최된 25일 국무회의 말미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 '책임총리가 없다' 등의 보도가 화두가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은 이런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면서 고전까지 인용해 웃음을 터지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하는 국무회의가 되도록 하자"면서 "자신의 소관 분야가 아니어서 잘 모르는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말고 토론하자"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회의 석상이든 국정이든 언론에서 '안 보인다'고 지적하는 국무위원들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달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의 말을 받은 이 총리는 이러한 보도를 언급하며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한비자의 세난편(說難篇)에 '정곡을 찌르면 목숨을 지키기 어렵고, 정곡에서 벗어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앞으로 목숨이나 자리 중 하나는 거는 마음으로 하자"고 이야기했다.
목숨 거는 자세로 대통령과 회의 석상에서 정곡을 찌르는 '쓴소리'도 서슴없이 하든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자리를 내놓든지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리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 보이게 하는 게 결국은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하자 회의 석상에서는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말을 보탰다.
김 장관은 "지난번 국가재정전략회의 후에 그런 보도가 있었는데 제가 그날 '재정운용방향' 등 발언도 많이 하고 토론에서도 일일이 말씀드려 오히려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자제했는데 그렇게 알려져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장관이 오늘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보고가 예정돼 있어서 어차피 말을 많이 하게 돼 있다'고 말하자 또 한 번 폭소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활발한 회의를 주문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준비해 오셨는데 재미 없을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해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중에서도 누가 준비하면 어떻겠나"라는 문 대통령 제안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섰다고 한다.
장 정책실장은 "휴가 중인데도 회의에 나온 김수현 사회수석과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라"고 말해 또 웃음이 터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만으로 열린 첫 회의에서 배석자였던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자리를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정부조직법이 의결돼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면서 청장 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청장이 '(밤) 12시부터 이제 중소벤처기업부 시대가 열리는 것을 앞두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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