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햅쌀 나올 텐데…" 쌀값 하락에 농민 울상
경기미 산지가격 20%↓…농민들 "정부 대책 기대"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앞으로 한 두 달 뒤면 햅쌀이 나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0만㎡가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인광1리 이장 이종한(51)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지금도 쌀값이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조만간 햅쌀이 나오면 지난해 생산한 묵은쌀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6일 경기도와 양곡상에 따르면 현재 경기미 가격은 작년 비슷한 시기에 비해 도매는 10%가량, 산지 가격은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장은 "작년 생산 쌀 80㎏짜리 한 가마의 현재 산지 가격이 10만원 선이다"라며 "이는 작년 비슷한 시기의 13만∼14만원보다 3만∼4만원 정도 떨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집계하는 경기미 상품 20㎏짜리 한 포대 도매가격도 현재 평균 4만7천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5만2천250원보다 9.1%(4천750원) 하락했다.
농민들은 극조생종 벼가 8월 말, 조생종 벼가 9월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경기도내 6만t가량의 묵은쌀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 경기미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쌀 가격 하락은 지난해에도 쌀농사가 풍년을 이룬 가운데 국민의 쌀 소비량은 점점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8만1천여㏊의 논에서 41만4천여t의 쌀이 생산됐다. 재배면적 감소로 2015년 생산량 42만1t(재배면적 8만2천㏊)보다 8.5%(7천t) 준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77만9천㏊의 논에서 419만7천t의 쌀이 생산돼, 2015년 생산량 432만7천t(재배면적 79만9천㏊)보다 3.0%(13만t) 줄었다.
쌀 생산량이 이같이 감소하는데도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생산량 감소 폭이 소비량 감소 폭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경기도는 분석했다.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외국쌀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민들은 새 정부의 쌀값 안정대책에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종한 이장은 "주위의 많은 농민이 현 정부가 본격적인 쌀 수확기 전에 대북 쌀 지원 재개 등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며 "걱정이 커지는 농민을 위해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쌀 생산량 감축을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 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거나 논에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국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1년 전인 2014년보다 3.3% 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1985년 128.1㎏에서 2015년 62.9㎏으로 대폭 감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쌀 수확량이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에서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올해 수확기 이후 쌀값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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