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도킨스, '反이슬람 발언' 이유로 강연 취소돼

입력 2017-07-25 15:50
'이기적 유전자' 도킨스, '反이슬람 발언' 이유로 강연 취소돼

도킨스 "무슬림 공격한 게 아냐…공개 사과해야"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저서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과거에 이슬람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책 홍보 행사를 취소당했다.

2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지역 라디오 방송국 KPFA는 내달 9일 도킨스의 신간 출간 기념 강연과 사인회를 열려고 계획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방송국은 최근 행사 유료 티켓 구매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는 도킨스의 훌륭한 신간을 토대로 행사를 기획했으나 그가 이슬람에 관한 트윗 등으로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했는지 몰랐다"고 행사 취소를 알렸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지만 모욕적인 발언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더 일찍 도킨스의 견해에 대해 폭넓은 지식이 없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인 도킨스는 2013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슬람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악의 힘"이라고 표현하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이슬람 관련 발언을 했다가 여러 번 논란에 휘말렸다.

도킨스의 신간 홍보 행사 개최가 알려지자 일부 지역 주민이 도킨스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방송국에 행사를 반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주 이메일을 보냈다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아랍 자원·조직 센터(AROC)의 라라 키스와니 사무총장은 NYT 인터뷰에서 "KPFA는 사회 정의를 반영하는 지역의 진보적인 기관"이라며 "반(反) 이슬람 연사에게 연단을 제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KPFA의 퀸시 매코이 본부장은 방송을 통해 "우리는 이미 공격받는 커뮤니티를 겨냥해 혐오스럽거나 상처를 주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게 우리의 언론 자유 권리라고 믿는다"고 행사 취소 취지를 설명했다.

도킨스는 홈페이지에 공개서한을 올려 '모욕적인 발언'을 이유로 내건 행사 취소에 반발하며 방송국에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도킨스는 "내게 문의했거나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했다면 내가 이슬람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을 것"이라며 "나는 이슬람주의(IslamISM)를 거칠게 표현했으나 이슬람주의와 이슬람은 다르다는 걸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무슬림을 공격한 게 아니라 이슬람주의 옹호자들의 말도 안 되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비판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나는 기독교를 자주 비판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유로 연단에 서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왜 이슬람에는 '프리패스'를 주며, 기독교는 비판해도 되고 이슬람은 비판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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