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먼저 자백하기 경쟁'에서 이번엔 벤츠가 VW에 승리?
과거 트럭가격 담합 때는 VW이 먼저 실토해 거액 과징금 면제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자동차업계가 수십 년 전부터 각종 짬짜미(담합)를 일삼아왔음을 당국에 처음 자백한 것은 폴크스바겐(VW)이 아니라 메르체데스-벤츠의 모(母)그룹 다임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이 짬짜미를 사실로 확인할 경우 부과할 거액의 과징금을 면제받은 회사는 다임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공영 NDR, WDR 방송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공동 탐사보도팀이 밝혔다.
앞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21일 독일의 5대 자동차업체들이 1990년대부터 각종 짬짜미를 해왔으며 여기엔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조작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고 독일과 EU 당국이 조사에 나서게 했다.
슈피겔은 이 거대하고 뿌리깊은 '비밀 짬짜미'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5년 터진 VW의 배출가스조작 사건과 관련해 독일 반독점당국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7월 VW이 제출한 문건에 이를 일부 시인한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DR 방송 등의 공동탐사보도팀은 24일(현지시간) 다임러가 VW보다 훨씬 앞서 이 짬짜미를 독일 당국에 실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누가 먼저 실토했느냐가 중요한 것은 먼저 한 업체는 조사(또는 수사) 협조 대가로 거액의 과징금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U 규정상 짬짜미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10% 까지 가능하며, 이론적으로는 2016년 매출 기준으로 잡을 경우 최대 500억 유로(약 65조원)가 될 수 있다.
실제론 이보다 적게 부과되더라도 이미 미국 등 각국에서 벌금과 과징금, 매출저하로 엄청나게 타격받은 업체들로선 휘청거릴만한 금액으로 예상된다.
다임러보다 한 발 늦게 자백한 VW이 EU 규정에 따라 과징금의 50%라도 감면받을 수 있는 길은 아직 있다. 다만, 다임러가 제출한 자료 이상으로 '상당히 부가가치가 있는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EU는 앞서 VW와 다임러 등 4개 업체가 트럭 판매와 관련 짬짜미를 해온 것을 적발 5년간 조사한 끝에 2016년 역대 과징금 중 최대규모인 총 29억 유로(약3조6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엔 다임러는 11억 유로를 낸 반면 VW의 상용차 부문 자회사인 만은 짬짜미를 먼저 실토한 대가로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규모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징금액이 클 이번 사건에선 다임러가 '자백 경쟁'에서 한발 빨랐던 셈이다.
NDR 방송 등 공동탐사보도팀은 다임러 그룹의 경우 트럭 부문 짬짜미의 꼬리가 잡힌 2011년부터는 정책 변경을 시작, 5대 자동차 간 종합 짬짜미에선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단계적으로 발을 빼 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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