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동포들 등쳐 억대 챙긴 혐의 베트남 여성 1심 중형
한국 국적 취득·신생아 수술비·투자금 사기 유죄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한국에 체류하는 베트남인들을 상대로 한국 국적 취득과 비자발급 등을 도와주겠다며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한국에 불법체류하는 베트남인 부부의 갓 태어난 딸의 심장수술비 3천여만원을 몰래 챙기는 등 자국 동포를 상대로 다양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사기와 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여)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베트남 국적이던 A씨는 2005년 한국인 남성 B(56) 씨와 결혼해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A씨는 2014년 1월 14일 오후 2시께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해 양육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던 베트남 여성을 만나 "한국어, 국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국내에 머물던 베트남인 29명으로부터 38차례에 걸쳐 1억8천200여만원을 챙겼다.
A씨는 갓 태어난 딸의 심장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자 C씨 부부를 등치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에 소개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부터 수술비를 지원받았지만 이런 사실을 C씨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병원이 3천만원을 병원에 미리 납부했다고 속이고 C씨 부부로부터 16차례에 걸쳐 3천여만원을 입금받았다.
A씨 남편 B씨는 이들 부부에게 어린이재단에서 생활지원금을 입금해주는 사실을 알고 통장관리를 해주겠다고 속여 800여만원을 멋대로 인출해 생활비로 써버렸다.
A씨는 돈을 주고 행정사 신고확인증을 빌려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국내에 불법체류하던 베트남인에게서 체류기한 연장 명목으로 1천780만원을 받기도 했다.
또 관할 행정기관에 등록하지도 않고 국제결혼중개업을 하면서 1천300만원을 챙겼으며 비행기 티켓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4천만원을 빌려 가로채기도 했다.
이 판사는 "누구보다 자국 동포들이 한국 사정에 어둡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오히려 이를 악용해 상당 기간에 거액을 편취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수술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한 갓 태어난 딸을 둔 부모의 절박한 심정 등을 악용해 큰돈을 편취하고도 거짓 변명으로 일관해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A씨 남편 B씨에게 횡령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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