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회의 중국·인도 국경문제 푸나…中 "요행 바라지마라"
印 협상해결 뜻에도 中 강경입장 고수…"주변국 불협화음 지속"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과 인도의 무장병력이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첨예하게 대치한 가운데 중국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신흥 경제 5개국) 회의를 앞두고도 퇴로를 열지 않고 있다.
25일 중신망에 따르면 태국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사안의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은 매우 분명하다. 인도의 고위관리도 중국군이 인도 영토를 침범하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했고 인도 측이 중국 영토에 진입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바로 인도가 고분고분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7∼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브릭스 안보포럼에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 히말라야 시킴 지역에서 병력대치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자기 영토주권과 안전이익을 지키는 데 있어 한점의 대가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 측에 "요행을 바라지 마라. 현실에 맞지 않는 환상도 품지 마라"고 했다.
우 대변인은 "산은 흔들기 쉬워도 우리 군은 흔들기 어렵다"며 중국 변경부대가 현지에서 긴급 대응조치를 취했고 더 나아가 인도군을 겨냥한 병력배치와 군사훈련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인도 국경지대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를 희망하지만 영토주권 문제에서는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루 대변인은 인도가 현 형세를 정확히 인식하고 '불법 월경한' 변방부대원을 즉각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조치야말로 양자 대화의 전제이자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티베트-인도 시킴-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추진되는 중국 측의 도로 건설에 인도와 부탄이 항의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대치는 한 달을 넘어서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인도와 중국의 무장병력 수천 명이 지근거리에서 대치하며 상대에 도로공사 중단과 군대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중국과 인도 양국간 전략의지의 대치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이 대치 상황이 풀리지 않은 채 또다시 한 달여가 지나면 오는 9월 샤먼(廈門)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인도 총리가 참석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의는 올해 중국이 준비해온 중요 외교무대 중 하나다.
중국과 인도 모두 브릭스 정상회의가 순조롭게 개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릭스 회의는 양측이 무력 호소를 경계하고 병력대치를 서둘러 종결하도록 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의 소리(DW) 중문판은 인도 정부가 양측 변경부대의 철수와 관련해 중국과 협상을 벌일 준비를 갖추고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장자둥(張家棟) 푸단(復旦)대 남아시아연구센터 주임도 "인도가 중국과 대치를 지속해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까지 할 뜻은 없어 보인다"며 "최근 인도 매체의 논조를 보면 인도도 물러나고 싶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발 보좌관은 브릭스 포럼 외에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만나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측은 중국이 도로건설 공사를 잠정 중단하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지만 중국 측은 이를 주권훼손으로 여기면서 직접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자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대치하면서 지나치게 대외적으로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추추이정(邱垂正)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은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이 동쪽에서는 일본·대만과 맞서고 한반도 문제에 대처하면서 서쪽에서는 인도와 힘을 겨루는 좌우 동시 대치 상태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대내외적 안정이 긴요한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주변국과 잇따라 불협화음을 겪는 것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라며 중국 내부의 권력집중과 이양에 일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