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변신' 쇼트트랙 간판 서이라 "울적할 때는 랩이 최고!"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성적이 좋지 않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면 혼자 랩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합니다."
25일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199일을 앞두고 마련된 쇼트트랙 대표팀 미디어데이의 기자회견 막판 흥겨운 랩이 흘러나왔다.
랩의 주인공은 올해 3월 치러진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서이라(25·화성시청)였다.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조금 엄숙해진 인터뷰 분위기를 전환하는 차원에서 취재진에게 "대표팀에서는 서이라가 랩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소개했다.
수줍게 미소를 지은 서이라는 평창올림픽을 앞둔 각오를 랩으로 표현했다. 서이라는 마이크를 쥐고 다이나믹 듀오의 '야유회'를 능숙한 솜씨로 불렀다.
"야유해 더 크게 야유해 더 크게 야유해 야유해주면 땡큐고 덕분에 매일이 야유회…."
서이라의 거침없는 랩에 동료 선수들은 물론 취재진도 박수를 보냈다. 서이라는 "올림픽이 끝나면 자작 랩을 들려드리겠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 대표팀의 간판인 서이라는 이번 평창올림픽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다. 2011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국제무대에만 나서면 부진해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절치부심한 서이라는 마침내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맞아 500m와 1,500m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내고 1,000m 금메달과 3,000m 슈퍼파이널 은메달로 랭킹포인트 81점을 따내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랭킹포인트 73점)를 제치고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3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신다운(서울시청) 이후 4년 만이었다.
무엇보다 서이라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국내 선발전 없이 평창 올림픽 직행권을 따냈다.
그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즐거웠던 추억보다 부진의 아픔이 더 많았던 서이라에게 랩은 최고의 위안이었다.
다이나믹 듀오의 '야유회'는 그런 면에서 서이라가 가장 공감하는 노래다.
서이라는 "대회를 치르면서 성적이 나쁘면 주변에서 야유하는 소리도 듣곤 했다"라며 "그럴 때마다 '야유회'의 가사가 정말로 가슴에 와 닿았다. 가사처럼 나를 야유해도 스스로 힘을 내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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