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구슬땀'으로 금빛 함성 준비하는 쇼트트랙 태극전사들
매일 22㎞ 이상 아이스링크 질주…체력과 스피드 끌어올리기
4시간 30분 빙상훈련-2시간 지상훈련-야간 자율훈련까지 '집중 또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사람인데 힘들면 짜증이 나지요. 그래도 웃으면서 훈련합니다."
25일 새벽 6시 태릉선수촌. 열대야가 이어진 한여름 새벽 기온은 어느새 26도를 넘어섰고 공기마저 상쾌함을 잃은 채 후텁지근했다. 선수촌 숙소에서 새벽 5시에 부스스 눈을 뜬 쇼트트랙 남녀 태극전사들은 전날 고된 훈련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전 훈련을 위해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에어로빅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자 선수들의 눈망울은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400m 트랙 달리기와 인터벌 훈련에 나선 선수들의 트레이닝복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으로 불렸지만 이제 '옛이야기'로 들리는 분위기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하락세다.
한때 경쟁자가 없었던 남자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그나마 여자 대표팀이 1,000m에서 박승희(스포츠토토)가 유일하게 개인 종목 금메달을 땄고, 힘겹게 계주에서 우승하며 2개의 금메달로 체면치레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남녀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쇼트트랙은 빙상 종목(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쇼트트랙) 가운데 가장 먼저 평창 대표로 남녀 태극전사 10명(남자 5명·여자 5명)를 선발했다.
남자 대표팀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서이라(화성시청)을 필두로 임효준(한국체대), 황대헌(부흥고), 김도겸(스포츠토토), 곽윤기(고양시청)로 구성됐다.
또 여자 대표팀은 '쌍두마차' 심석희(한국체대), 최민정(성남시청)과 함께 김아랑(한국체대), 이유빈(서현고), 김예진(평촌고)이 호흡을 맞춘다.
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최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남녀 선수들의 훈련은 고되다.
매일 새벽 5시20분부터 오전 훈련 준비에 나서 오전 6시~8시까지 두 시간 동안 아이스링크에서 비상훈련을 치르고, 오후에 2시간 30분 동안 다시 빙상훈련을 치른다. 그러고는 또다시 2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등이 합쳐진 지상훈련에 집중한다. 2주에 한 번씩 선수촌 인근 불암산 등반도 한다.
선수들은 매일 평균 아이스링크에서 200바퀴 이상을 돌면서 체력과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있다. 쇼트트랙 트랙 한 바퀴가 111.12m인 것을 따지면 매일 22㎞ 이상을 질주하는 셈이다.
매일 저녁 6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유시간이지만 선수들은 스스로 야간 자율훈련'에 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다람쥐 챗 바퀴 도는 일상이지만 선수들은 이제 199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각오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오는 31일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제는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테크닉과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단계다.
지겨운 훈련의 일상이지만 선수들은 나름대로 웃음과 여유를 찾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는 김아랑(22) "훈련하다 보면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아! 짜증이 나' 이럴 때도 많다"라며 "그럴 때 마다 내가 생각을 바꿔서 후배들에게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훈련하는 분위기 좋게 만들고 있다. 힘들 때 마다 웃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