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경쟁 속 작은 영화들…'포크레인' '파리로 가는 길'

입력 2017-07-24 17:19
수정 2017-07-24 17:47
대작 경쟁 속 작은 영화들…'포크레인' '파리로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영화 대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격전을 벌이는 여름 극장가에 작은 영화들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포크레인'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동안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작품들이 주로 희생된 무고한 시민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포크레인'은 광주에 투입된 진압군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압군을 가해자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정권에 희생된 또 다른 피해자로 다룬다.

1980년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된 뒤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가 된 강일(엄태웅)이 주인공이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던 중 백골을 발견한 그는 20여 년 전 그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는 포크레인을 이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당시 진압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군인과 상사들을 한 명씩 찾아 나선다.

그들 중 온전한 정신과 신체로 사는 이들은 한 명도 없다. 툭하면 주먹을 휘둘러 아내는 도망가고 술에 절어 혼자 사는 동료, 아들에게 무릎을 꿇고 밥을 먹게 하는 등 군대식 교육을 하는 '비뚤어진' 상사, 세상을 등지고 절에 들어가거나, 아예 조직폭력배 두목이 된 상사 등. 그들은 모두 무고한 시민을 죽인, 그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해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다.

강일은 상사를 만나 '왜 우리를 그곳에 보냈느냐'고 따져 묻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더 높은 분'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이 각본·제작을 맡았고, '붉은 가족'(2013)의 이주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붉은 가족'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각본가와 연출가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엄태웅이 진실을 좇는 포크레인 운전사 강일 역을 맡아 다양한 인물들과 만남 속에서 겪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 감독은 "포크레인으로 전국을 다닌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시간이 흘러 빛바랜 차체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포크레인 버킷이 마치 영화 속 상처 입은 인물들과 닮아 포크레인을 은유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달 26일 개봉하는 '송 투 송'은 '라라랜드'에서 여심을 뒤흔든 배우 라이언 고즐링을 비롯해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영화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뮤지션(라이언 고즐링)과 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루니 마라), 유명 음반 프로듀서(마이클 패스벤저), 그의 아내(내털리 포트먼) 등 네 남녀의 사랑과 집착, 배신 등을 다뤘다.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 감독의 작품이다.



다음 달 3일 관객을 찾는 '파리로 가는 길'은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자신의 실제 프랑스 여행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엘레노어 코폴라는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부인이자, '매혹당한 사람들'로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어머니다.

엘레노어 코폴라는 남편의 칸 출장에 따라갔다가 남편의 사업 동료와 파리까지 가게 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영화로 만들어 여든의 나이에 장편 상업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프랑스 정통 와인, 프렌치 푸드가 영화의 풍미를 더해준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다이안 레인과 알렉 볼드윈 등이 출연한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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