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 38.6도, 3㎞ 떨어진 월정 32.6도…기온차 큰 이유는

입력 2017-07-25 06:00
제주 김녕 38.6도, 3㎞ 떨어진 월정 32.6도…기온차 큰 이유는

기상청 "김녕은 분지 지형에 바닷바람 영향 없어…장비 설치·운용 문제 아냐"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 북부·동부·서부에 폭염경보, 남부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24일 낮.

동부 지역에 속하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 지점에서 기상청 방재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측정된 기온은 이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최고 38.6도까지 치솟았다.





김녕 지점은 오전 9시께부터 36도를 넘어선 이후 내내 36∼38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을 보였다.

반면 이날 제주도 동부의 기상관서인 성산기상대 지점에서 측정된 기온은 최고 33.8도를 보였다. 김녕과 직선거리로 3∼4㎞밖에 떨어지지 않은 월정 지점도 기온이 낮 최고 32.6도에 그쳤다.

김녕의 낮 최고기온은 제주의 기상관측 대표값인 제주지방기상청에서 측정된 낮 최고기온(34.9도)과도 4도 가까이 차이 났다. 이날 도내 AWS에서 측정된 기온 중 두번째로 높은 강정 지점의 낮 최고기온(35.8도)보다도 2.8도가 높았고, 제주도 서쪽 끝 고산의 낮 최고기온(31.2도)과 비교하면 7.4도나 차이가 났다.

전날(23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김녕 지점의 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8도까지 오른 시각(오후 1시 8∼9분) 동부의 다른 지점은 성산 33.3도, 구좌 32도, 월정 32.5도 등으로 김녕보다 5∼6도 낮은 기온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들이 장비를 갖고 김녕 지점에 찾아가 직접 기온을 측정해본 적도 있지만, AWS 측정값과 별 차이가 없었다.

김녕 지점 AWS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유명 관광지인 만장굴에 설치돼 있다. 기상청은 이 일대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 데다가 기상관측지점 분포상 이 지점 부근의 관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공간도 확보돼 이곳에서 관측을 시작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관측장비 설치 기준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장비 고장도 아니"라며 "김녕 지점이 바다와 떨어져 있어서 바닷바람 영향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분지 지형이라서 여름철 기온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제주에서도 AWS 설치 위치를 옮긴 지점이 몇 곳 있지만 이는 기온이 너무 높게 관측되는 등 측정값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상관측표준화 추진, 공간 이용 문제 등에 따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 제주지방기상청은 한림, 대정(모슬포), 오등, 마라도, 추자도, 가파도, 우도 등의 AWS 설치 장소를 옮겼다.

마라도의 서귀포경찰서 마라치안센터 옥상, 가파도의 가파리사무소 옥상, 추자도의 추자수협 옥상에 있던 AWS는 인근의 국유지를 확보해 지상으로 옮겨 설치했다. 관측장비를 옥상이 아닌 관측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상 지점에 설치하도록 하는 기준에 따르기 위해서다.

부속섬 지역은 과거 토지 확보 문제 등으로 옥상에 설치해놓은 경우가 있는데, 제주는 지난해 이전 작업을 마쳐 현재는 모두 지상에 설치돼 있다.

한림 지점은 AWS가 설치된 곳 주변의 시설물들이 바람 관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장소를 옮겼고, 장비를 설치해놨던 기관에서 설치 장소를 옮겨달라는 요청을 해서 이전한 곳도 있다.

올해는 기존에 설치된 AWS가 특정 지역에 일부 몰려있어서 이 가운데 하나를 AWS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는 종관 자동기상관측장비(Automated Synoptic Observation·ASO)와 방재 자동기상관측장비(Automatic Weather Station·AWS)가 있다.

제주에는 제주지방기상청과 서귀포·성산·고산기상대 등 기상관서 4곳에 ASO가 설치돼 있다.

AWS는 북부 6곳, 남부 10곳, 동부 5곳, 서부 5곳, 산간 8곳, 추자도 1곳 등 35곳에 설치돼 있고 이밖에 한라산 백록담 등에 연구용 AWS가 설치돼 있다.

ASO는 바람, 기온, 습도, 기압, 강수량, 지면온도, 일조시간 등 14가지에 이르는 기상관측을 한다. 반면 AWS는 기상관측보다는 폭풍, 홍수 등 재난 방지를 목적으로 국지적 기상관측을 위해 설치돼 기온, 강수량, 강수유무, 풍향, 풍속 등 기본적인 기상정보만을 측정한다.

AWS는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서 기기 고장 우려가 있는 데다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가 아직 많이 축적되지 않았으며, 전국 500여개 AWS 가운데는 건물의 열기나 에어컨 실외기 등의 영향이 미칠 수도 있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경우 등 설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곳이 여럿 있다.

그래서 기상청은 AWS로 관측된 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ASO 관측 기록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상관측표준화 기준에 따르면 관측장비는 주변 건물 높이의 3배 이상 거리가 떨어진 72㎡ 잔디밭에 설치해야 한다. 관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높은 건물이 많은 곳이나 산악, 산림, 호수, 기타 장애물의 영향을 받는 곳 등은 피해야 한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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