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실은 왜 삼성 보고서 만들었나…'朴로펌' 역할

입력 2017-07-24 13:46
수정 2017-07-24 14:12
우병우 민정실은 왜 삼성 보고서 만들었나…'朴로펌' 역할

승계 관련 민감한 법적 이슈 산적…민정실에 '율사' 대거 포진

朴, 경제수석 대신 민정 보고받고 '삼성 지원 큰 그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4년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삼성 뇌물 혐의 재판과 우 전 수석을 향한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삼성 승계와 관련한 '총론'격인 청와대 내부 보고서를 정책조정실이나 경제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은 박 정부의 민정수석실이 그만큼 국정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실세 부서였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실에서 삼성 승계 문건이 나온 배경과 관련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법률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힌 이슈"라며 "법률 전문가들이 많이 모인 민정실이 승계 문제를 다루는 적임 부서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권 승계 전반에 관련한 검토를 민정실에 지시하고, 이후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이슈는 보건복지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라인을 통해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2014년 6월 20일 업무 수첩에 '삼성그룹 승계과정 모니터링'이라는 문구가 적힌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에 직접 승계 관련 보고를 주문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해당 일자는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직후다.

반면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그가 아닌 민정실을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했기 때문일 것으로 검찰과 특검은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민정실이 사정기관 총괄과 인사검증, 민심 청취·수집 등 본연의 업무에 더해 경제 사안인 기업 경영권 승계까지 챙겼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국정 전반에 관여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정실 보고서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 청와대가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삼성의 정유라 지원이 이뤄졌다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특검과 검찰은 본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1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최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16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 관계자는 자료에 대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 지원 방안과 관련한 문건의 사본들"이라며 "2014년 하반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들이 작성, 출력해 보관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특검으로부터 문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2014년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던 이모 검사로부터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우 전 수석은 24일 본인 재판에 나오면서 '민정비서관 당시 삼성 관련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는 취재인의 물음에 "지난번에 다 답변드렸다"고만 말해 기존 '부인' 입장을 유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캐비닛 문건에 대해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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