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릎까지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요"
'경로당으로 찜질방으로'…하루아침에 수재민 전락
인천지역 저지대 반지하·지하 주택에 비 피해 집중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최은지 기자 = "집안으로 밀려드는 물을 바가지로 계속 퍼내도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요."
24일 인천 시내 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만난 50대 주민 이모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악몽과 같았던 전날의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물에 잠긴 빌라 반지하 집에 가재도구가 그대로 다 있다"며 "어디부터 손을 댈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23일 인천을 강타한 기습 폭우는 호우특보가 발령된 오전 8시부터 해제된 정오까지 불과 4시간가량 이어졌지만, 사망 1명, 주택·상가 895동 침수라는 큰 피해를 냈다.
특히 오전 8시∼9시 게릴라성 호우가 시내 곳곳을 덮치면서 100㎜ 안팎의 '물 폭탄'을 맞은 저지대 주택과 상가는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
남동구에서는 반지하 주택에서 90대 노인이 방 안 가득 찬 빗물 위에 호흡 없이 떠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날 인천에서 침수피해를 본 건물은 주택 812동, 상가 82동, 공장 1동 등 총 895동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천시 남구가 주안4동에서만 120가구가 물에 잠기는 등 주택 445동, 상가 80동이 침수돼 가장 큰 피해가 났다. 간석4동·구월3동 등지에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남동구도 주택 239동이 물에 잠겼다.
침수 건물 중 주택 403동(49.6%), 상가 72동(87.8%)만이 이날 오후 늦게야 복구됐다. 갑자기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구청이 마련한 임시대피소나 찜질방, 친척 집 신세를 지어야 했다.
이날 수재민이 된 40여 가구 주민들은 경로당, 주민센터, 학교 체육관 등에 설치된 임시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침수 주택 대부분이 집안에 들이닥친 빗물은 퍼냈지만 못 쓰게 됐거나 젖어서 말려야 하는 가재도구와 옷가지, 이불 등을 골목에 내놔 침수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저지대 반지하·지하 주택은 이번에도 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홍수가 났을 때 반지하·지하 주택 거주자가 안전하게 대피하려면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기 전에 대피하되, 계단을 오를 때 쓰러지지 않도록 난간이나 지지대를 이용하도록 권고했다.
24일 긴급 복구 지원에 나선 인천시는 전날에 이어 침수지역 청소와 배수, 방역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침수 가구에 10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침수피해 소상공인에게는 100만원의 복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역사 일부가 침수됐던 부평역과 주안역은 복구가 끝났고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내 북항 터널을 제외한 시내 침수 도로의 통행도 재개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남구와 남동구, 부평구의 피해 지역이 넓어 최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신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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