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테슬라될까…노르웨이 자율운항 선박 내년 말 뜬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노르웨이 기업들이 자율운항 화물선 경쟁에서 선두로 나섰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농업회사인 야라 인터내셔널은 민간·군수용 유도 시스템을 제작하는 콩스베르크 그루펜과 손잡고 2018년 말 시험운항을 목표로 자율운항 선박 '야라 비르켈란트호'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100개의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규모의 화물선으로, 개발 비용은 2천500만 달러다. 동급의 재래식 컨테이너선보다 건조 비용이 3배나 높지만 연료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연간 9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회사 측의 주장이다.
시험 운항은 비료 공장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피오르드 협곡의 수로 37마일을 거쳐 라르비크 항까지 항해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GPS와 레이더,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다른 선박을 피해가고 부두에 스스로 정박하도록 하는 것이 시험운항의 목적이다.
자율운항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1개의 컨테이너를 함교(艦橋)로 삼아 유인 통제를 병행한 다음 함교를 육상으로 옮겨 원격 조정 센터로 삼고 최종적으로는 2020년 육상 통제센터의 감독 아래 선박 스스로가 항해토록 할 방침이다.
콩스베르크의 게이르 하오이 최고경영자(CEO)는 함교가 육상으로 옮겨지면 통제센터에서 드론을 날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 된다고 말하고 "GPS와 수많은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선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라 인터내셔널의 개발 책임자인 페테르 오스트보는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국제적 규제가 마련되면 더 큰 선박을 건조하는 데 투자하고 원거리 항로에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야라 베르켈란트호는 호소력을 갖고 있다. 개발사 측은 노르웨이 남부 도시 지구에서 연간 4만 회 가량 운행하는 트럭들이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 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을 '바다의 테슬라'로 지칭하면서 해상 교통에 일대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이 단거리 노선에서는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천 개의 컨테이너와 평균 25명의 선원을 태우고 대륙을 오가는 선박들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덴마크의 시인텔리전스 컨설팅의 라르스 옌센 CEO는 이에 대해 기술적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건조 비용이 비싼 데다 항해 도중 고장이 나면 먼 바다에 정비팀을 보내는 비용은 매우 높아지는 만큼 튼튼하게 건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운항 선박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국제 규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해상 교통을 관할하는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이전에 자율운항 선박을 규제할 국제법이 마련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콩스베르크의 하오이 CEO는 일단 규제가 도입되면 자율운항 선박이 신속히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안을 왕래하는 유조선과 어패류, 물자 수송선 사업자들로부터 문의가 많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선박을 개발하는 것은 노르웨이뿐만 아니다. 영국의 선박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선박설계회사, 해운사,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선박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장은 예인선과 페리선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지만 추후 국제 노선을 운항하는 화물선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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