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스피스, 디오픈마저 접수…우즈보다 빠른 메이저 3승(종합)
1963년 니클라우스 이후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메이저 3승 기록
13번 홀 '언플레이어블' 이후 극적 승리…PGA 챔피언십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올해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디오픈·총상금 1천25만 달러)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는 패기의 젊은 골퍼 조던 스피스(미국) 품에 안겼다.
스피스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7천156야드)에서 열린 제146회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5개를 엮어 1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로, 2위와 3타차로 우승을 확정 짓고 클라레 저그와 함께 우승상금 184만5천 달러(20억6천만원)를 거머쥐었다.
스피스의 시즌 세 번째, 통산 열한 번째 우승으로, 지난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을 잇달아 제패한 이후 2년 만에 거두는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오는 27일이면 24살이 되는 스피스는 1979년 우승자인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디오픈을 정복하고, 1963년 23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하게 됐다.
2000년 24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보다도 6개월이 빠르다.
스피스는 내달 PGA(미국프로골프)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성공한다면 우즈와 니클라우스 등을 모두 뛰어넘는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전날 3라운드까지 사흘 내내 1위를 지키며 2위와 3타차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스피스는 이날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2위 맷 쿠처(미국)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1번 홀(파4) 티샷이 러프에 빠져 보기를 범한 후 3·4번 홀에서도 연이어 보기를 적어내 쿠처와 동타를 기록했다.
5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에 성공하며 다시 앞서갔으나 이내 9번 홀(파4) 보기로 또다시 쿠처의 추격을 허용했다.
13번 홀(파3)에서 티샷한 공이 갤러리를 넘어 경사면의 깊은 수풀에 떨어지면서 경기는 더 꼬이기 시작했다.
스피스는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후 공이 있던 곳과 홀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상의 후방에서 공을 옮긴 후 경기를 재개했다.
악조건속에서도 침착하게 보기로 마무리하며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쿠처에게 처음으로 1타차 역전을 허용해야 했다.
역설적이게도 스피스의 저력이 제대로 발휘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는 곧 이은 14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파를 기록한 쿠처를 곧바로 따라잡았다. 30분 가까이 소요된 13번 홀 소동 직후에도 흔들림 없이 티샷한 공이 홀에 바짝 붙으며 홀인원을 기록할 뻔하기도 했다.
스피스는 이어 15번 홀(파5)에서 15m 거리 이글을 잡아내며, 버디를 기록한 쿠처에 다시 1타를 앞서갔고, 16번 홀(파4)에서 또다시 9m 거리 버디를 잡아 쿠처와의 타수 차를 2타로 벌려냈다.
17번 홀(파5)에서 한 타를 더 줄이고 마지막 홀을 파로 마감한 스피스는 18번 홀 보기를 적어낸 쿠처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14∼17번 홀에서만 5타를 줄인 신들린 플레이였다.
39살의 쿠처는 메이저 대회 46번 출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나 했으나 메이저 최고 성적인 2위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중국의 리하오퉁이 이날 버디만 7개를 잡는 '깜짝 선전'을 펼치며 최종합계 6언더파로 치고 올라와 3위에 자리했다. 중국 골퍼가 PGA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최근 대회에서 연이어 컷 탈락 굴욕을 맛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7번 홀(파5)에서 이글에서 성공하는 등 선전해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와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3라운드에서 62타를 기록해 '마의 63타 벽'을 깨고 남자 메이저 대회 최저타수 기록을 갈아치운 브랜던 그레이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이날은 이븐파를 기록하며 브룩스 켑카(미국) 등과 함께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과 2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이날 1번 홀에서 각각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부진한 출발을 했다. 마쓰야마는 이내 타수를 만회해 2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존슨은 이후에도 몇 차례 보기를 더 만들며 공동 54위에 그쳤다.
재미동포 김찬(27)은 최종합계 3언더파 277타로, 디펜딩 챔피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등과 더불어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톱 10 진입을 아깝게 놓쳤다.
4타를 줄이며 뒷심을 발휘한 강성훈(30)과 이븐파를 기록한 장이근(24)은 모두 최종합계 3오버파 283타로 공동 44위를 기록했고 송영한(26)과 김경태(31)는 6오버파로 공동 6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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