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때 프랑스의 나치 부역 정권 이끈 페탱 묘지 훼손

입력 2017-07-24 00:18
2차 대전 때 프랑스의 나치 부역 정권 이끈 페탱 묘지 훼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나치에 부역한 괴뢰정권인 비시정부를 이끈 필리프 페탱(1856∼1951) 전 수반의 묘지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새벽(현지시간) 페이 드 라 루아르 지방에 있는 대서양의 섬 '일 듀'의 페탱 묘지 인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했다.

묘지의 쓰레기통에서 난 화재는 곧 제압됐지만, 경찰은 페텡의 묘에 있는 십자가 석상이 파손되고 묘석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낙서가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묘지 훼손은 페텡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일어났다.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 장성이었던 페탱은 1916년 2월 베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돌아가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1차대전이 끝나고는 '프랑스의 원수(元帥)'라는 칭호를 받으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차대전 때에는 태도가 돌변해 독일을 상대로 항전하는 대신 항복을 택해 나치와의 휴전을 이끌었다. 이후 곧바로 나치 괴뢰정권인 비시정부 수반에 올라 나치에 부역했다.

비시정부의 협조 아래 당시 수만 명의 프랑스 내 유대인들이 나치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희생됐고, 이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역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종전 후 전범재판에서 고령(당시 89세)인 점이 참작돼 총살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은 페텡은 대서양 연안의 섬 '일 듀'의 교도소에 갇혀있다 숨진 뒤 이 섬에 묻혔다.

페탱의 묘가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도 십자가 석상이 파괴되고 오물이 뿌려진 적이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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