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 폭탄' 피해 주민들 망연자실…인천 일부 골목 폐허 방불
'한마음' 복구작업…인천적십자 긴급 구호물품 지원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골목에 물이 가득 차 집기들이 둥둥 떠다니더라고…. 다른 세상인 줄 알았어."
집중호우로 인천지역 곳곳에 침수피해가 발생한 23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골목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를 방불케 했다.
골목 곳곳에는 냉장고, 옷장, 주방용품, 옷가지가 나뒹굴고 있었고 견인트럭들은 침수된 차량을 운반하느라 여념이 없다.
소방대원들은 펌프기를 들고 이곳저곳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건물 지하에 들어찬 물을 퍼냈다. 의무경찰 대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다가구 주택 곳곳에서 일손을 보탰다.
주민들은 집기들을 골목에 꺼내 말리다가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주민은 반지하 자신의 거주지 현관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지역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김모(83·여)씨는 "오전 8∼9시께 옆집에서 '물난리가 났다'고 소리쳐서 눈을 떴다. 밖에 나가보니 골목이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며 "서둘러 밑 집(반지하 가구)에 가보니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고 끔찍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인근 빌라 주민 최군자(61·여)씨도 "일어나 보니 골목에 물이 발목 위까지 차올라 있었다. 서둘러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깨웠다"며 "그러던 사이 물은 금세 더 차올라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수위가 더 상승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인근 승기사거리에서부터 물이 밀려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데는 채 20분도 안 걸렸다.
승기사거리는 이날 오전 폭우로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 정오 전까지 대부분의 물이 빠졌지만, 인근 건물 1층 식당 등 점포 내부로 물이 차올라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남구 주안역 일대와 부평구청 일대도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남동구 구월동에서는 한 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던 A(96)씨가 80대 아내와 함께 집 안에 있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숨을 거두기도 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인천지역 침수된 주택은 357곳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239곳이 남동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구월서초등학교와 부평남초등학교에 설치될 주민대피소에 담요와 의복 등 구호물품 300여 명분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인천지사 관계자는 "인천 호우 피해 지역 주민들이 주민센터와 구청에 지원을 요청해 긴급 구호물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대피소가 마련되는 대로 바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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