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첫 여성장관 후보 김영주에 "현안 해결 적임자"(종합)
공공부문 정규직화, 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 정책 속도 낼 듯
고용부, 인사청문회 준비 돌입…1981년 노동부 승격 이후 첫 여성 장관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성서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 정책을 다루는 주무부처 역사상 첫 여성장관 후보자로 노동계 출신이자 3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62) 의원을 23일 지명하면서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이 어떻게 추진될지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981년 노동청에서 노동부로 승격된 뒤 2010년 6월 현재의 명칭과 직제로 확대 개편됐지만, 지금까지 여성장관을 둔 적은 없었다.
3선의 김 의원은 서울신탁은행 노조 간부 출신으로 전국금융노조 상임위원장을 지내는 등 노동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노동 현안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 후반기 2년 동안은 자신의 경력을 살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어,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게 노동계의 공톤된 평가다.
김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낸 입장문에서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신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께 약속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핵심 정부 부처"라며 정부의 일자리 및 노동 정책에 강한 추진력을 보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또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인 장시간 노동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며 장시간 근로 등 경직된 노동 관행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노동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핵심 현안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한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법외노조 문제 해결, 양대 지침 폐기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정부는 전국 852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 31만명 가운데 향후 2년 이상 일할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기간이 정해진 일시적, 간헐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고용된 인력이나 존속 기간이 정해진 기관에 채용된 인력, 60세 이상 고령자는 원칙적으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3선 의원인 김 후보자가 경험과 정치력을 발휘해 어떤 식으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를 이끌어갈지 노동계는 주목하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와 전공노 문제 해결과 관련해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실행될지도 관심거리다.
정부가 지난 19일 공개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ILO의 제87호 및 제98호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ILO 협약 제87호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으로 전교조 합법화와 관계가 있다. 제98호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이다.
그러나 ILO 제87호와 제98호 협약이 현행 교원노조법과 노조법에 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노조의 자율적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현직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고용부는 지난 2013년 해직자 9명을 조합원에 포함된 것은 위법이라며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3선 의원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해, ILO 협약 비준부터 전교조와 전공노 법외노조 문제 해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야권으로부터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밖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양대 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정상화 등도 산적한 해결 과제들이다.
노동계는 김 후보자에 대해 현안 해결을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산적한 노동문제 해결을 이끌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후보자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노동문제 전문가인 김영주 의원의 장관 내정을 환영한다"며 "노동자 출신으로 국회 환노위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누구보다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후보자는 노동계, 야당과 활발히 소통해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김 후보자가 선결해야 할 과제로 양대 지침과 단협 시정 지침 폐기를 꼽았다. 아울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한 국제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1만원 실현 ▲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및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 취약계층 권리보호 등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김 후보자는 국회 환노위원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가 정치인 이전에 노동조합 현장 출신인 만큼 청와대의 노동 정책 가이드라인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소신 있는 노동 정책을 펼쳐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이어 "김 후보자가 일자리와 차별 해소에 중점을 두고 특히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빠른 임명 절차를 거쳐 공백 상태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루빨리 확정되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청와대가 현역 의원인 김 후보자를 지명하자 향후 정책 수립 및 시행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고용부는 조대엽 전 후보자가 지명된 지 32일 만에 도덕성과 전문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결국 자진 사퇴한 바 있어 당분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에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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