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단, 박삼구 회장 요구 일부 수용 검토
계약서에 0.5% 지급 반영안 놓고 더블스타와 협의
다음 주 주주협의회 열어 결정…채권단 차액 보전 논란될 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요구대로 상표권 사용료 계약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계약서를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002990]에 사용료로 매출액의 0.5%를 주는 것으로 변경하더라도 채권단이 차액을 보전할 방침이다.
23일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상표권 사용협상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방안을 두고 더블스타와 협의하고서 다음 주 초 주주협의회를 열어 채권단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은 박삼구 회장의 수정 제안에 대한 마지막 입장이 될 전망이다.
앞서 금호산업은 이달 18일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안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서를 달았다.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이었다.
채권단의 기존 제안은 12년 6개월간 더블스타와 박 회장의 사용 요율의 차이인 0.3%만큼을 보전해주는 내용이었다.
더블스타는 사용 요율 0.2%, 사용 기간은 5+15년, 박 회장은 사용 요율 0.5%, 사용 기간은 20년으로 상표권 사용조건을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채권단이 최종으로 제시한 절충안이었다.
대신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상 사용 요율 0.2%, 사용 기간 5+15년이라는 선결 요건은 변함이 없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선의로 금호산업(박삼구 회장)에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박 회장 측이 재차 요구한 것은 '12년 6개월간 0.5%를 준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반영하라는 것으로, 결국 선결 요건을 바꾸라는 뜻이다.
선결 요건이 원안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아무 불이익없이 주식매매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박 회장의 요구가 사실상 매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보는 채권단의 해석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채권단은 하지만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박 회장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계약서에 0.5%를 명시하는 내용을 두고 더블스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단, 채권단이 여전히 차액을 보전해줘 더블스타는 기존 선결 요건만큼의 부담만 지면 되는 조건이다.
예컨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상표권 사용료로 0.5%를 주고받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채권단이 매년 더블스타의 요구안(0.2%)과 0.5%의 차이인 0.3%를 금호타이어에 지원한다. 만약 5년 후에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란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후부터 채권단은 0.5% 전액을 금호타이어에 준다.
채권단은 차액 보전 기간을 박 회장의 수정 제안대로 12년 6개월로 할지 최초 요구대로 20년으로 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20년 보전은 박 회장의 원안을 그대로 받아 안아 박 회장이 더는 수정안을 낼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안이다.
하지만 '채권단 지원'이라는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양측의 공방은 이어질 수도 있다.
더블스타에게서 매각 대금 9천550억원을 다 받고서 이후에 상표권 사용료 일부를 금호타이어에 지원하는 것이므로 매각가격의 조정이 아니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매각 종결 전에 매각가격이 바뀌면 박삼구 회장에게 또 우선매수권이 부활하게 된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이를 달리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채권단이 사용료 보전분만큼 손해를 본 것이니 넓게 보면 가격조정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이런 불가피한 방법이라도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며 "어쨌거나 더블스타는 기존 SPA에 비춰 이득을 보는 것이 없으므로 이 방안을 가격조정으로 볼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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