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유엔 특별보고관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정권처럼 행동"

입력 2017-07-22 10:42
이양희 유엔 특별보고관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정권처럼 행동"

"미얀마 정부가 인권상황 조사 방해"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등의 인권상황 점검을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이양희(61, 성균관대 교수)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 국제사회의 조사를 거부한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보고관은 전날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미얀마에서는 인권운동가와 언론인, 시민이 미행을 당하거나 당국의 사찰을 받았다"며 "미얀마 정부가 아직도 과거 정권과 똑같은 방법을 동원하는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관은 특히 차별받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인권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로힝야족의 전반적인 상황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라카인주 북부지역의 상황은 지난 1월 방문 때보다 오히려 악화했다"며 "군 당국의 작전 중에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진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관은 따라서 모든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조사와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며,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을 즉각 철폐하고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 간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북부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보고관은 "샨 주에서 정부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고문하며, 심지어 인간방패로 삼는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었다"며 "상항이 이런데도 정부는 나의 현장조사 계획을 방해하고 일부 지역 방문을 막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얀마 국민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수치가 주도하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표를 몰아줬고, 지난해 NLD 중심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민정부 하에서도 소수민족 등에 대한 인권탄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잡아 가두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얀마군은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과 방화, 성폭행을 자행하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수치의 문민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유엔이 추진하는 국제사회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이 보고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의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의 활동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 보고관은 "미얀마가 하루아침에 민주적인 국가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미얀마도 마찬가지로 인권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되기 전까지는 유엔의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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