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중 실종된 中대학원생 납치 혐의 피고인, 결백 주장
납치범 변호인 "명백한 증거 내놔라"…재판 장기화 가능성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 대학도시 어바나-샴페인에서 실종된 중국인 유학생 장잉잉(26)씨 납치범으로 지목돼 법정에 선 피고인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해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장씨를 승용차에 태워 납치한 혐의로 기소된 브랜트 크리스천슨(27)이 전날 연방법원 일리노이 중부지원(어바나 소재)에서 열린 인정신문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크리스천슨은 신문을 주재한 에릭 롱 예심 판사가 정신 건강과 관련, 진료를 받거나 입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복용하는 약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현재 항우울제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변론을 맡은 앤서니 브루노 변호사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되고 명백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주장하며, 크리스천슨의 결백 입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유죄 판정에 더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배심원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검찰은 지난달 12일 일리노이대학 인근에서 장씨가 실종됐을 당시 탑승한 차량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여 지난달 30일 크리스천슨을 체포했다.
크리스천슨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차량 특징과 진술 등을 토대로 그를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어 그는 보석금 책정 없이 수감됐고 연방 대배심은 지난주 기소를 결정했다. 크리스천슨은 위스콘신대학을 거쳐 지난 5월 일리노이대학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씨는 베이징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명문 주립대 일리노이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지난 4월 미국에 도착했다.
일리노이대학 측은 장씨가 올가을 박사과정에 입학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지난달 9일 낮 캠퍼스 순환 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과 공대 인근 도로에서 검은색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백인 남성 운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장씨가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일리노이대학 경찰, 일리노이 주 경찰은 장씨 소재 파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법원은 다음 달 28일 사전심리를 열고, 오는 9월 12일부터 크리스천슨에 대한 정식 재판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 연방법상 납치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무기징역과 25만 달러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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