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사람 비웃으며 촬영한 美 10대들…"처벌은 못해"

입력 2017-07-22 00:56
물에 빠진 사람 비웃으며 촬영한 美 10대들…"처벌은 못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이달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州) 코코아 지역의 한 호수.

31세 남성 자멜 던이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이 남성은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만, 힘에 부친 듯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던은 결국 익사했다.

이 시간 호수 근처에는 10대 소년 5명이 있었다.

이들은 물에 빠진 남성을 발견한 뒤 휴대전화로 구조를 요청하기는커녕 익사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14∼16세인 이들 중 한 명이 "곧 죽어간다"고 말하는 음성이 녹화된 영상에 삽입됐다. 다른 한 소년이 "저 사람 고개가 자꾸 물에 들어가는데, 저러다 곧 죽겠군", "빠져나와, 그러다 죽을라"라고 말하는 음성도 있다.

중간중간 키득키득하는 웃음소리도 섞여 들어갔다.

2분 넘게 이 남성이 생사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동안 10대 소년 5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영상을 촬영하고 자기네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은 것이다.

CNN 등 미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이들의 행동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리 철없는 10대들이라고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911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영상을 찍은 잔인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멀리 있어서 직접 구조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911에 전화는 걸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익사 사건을 조사하면서 목격자인 이들을 신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 가능한 법 조항이 있다면 이들을 기소하겠지만 그런 조항은 없었다"면서 "태만이나 부주의에 의한 과실범으로 처벌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숨진 던의 가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던의 시신은 지난 14일 호수에서 발견됐다.

던의 누이는 "그들에게 무언가라도 해야만 한다. 도대체 도덕은 어디로 갔느냐"라고 말했다.

익사 영상을 촬영한 10대들의 신원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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