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윤→양지승 "반항 끝. 내년 정규투어 복귀하겠다"
개명과 쉬는 시간으로 재충전…복귀 다짐
(파주=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뛰는 양지승(25)이 재도약의 날개를 폈다.
양지승은 21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파72·6천56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7(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오후 2시 기준 공동 2위인 상태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양지승은 "공식 연습도 안 하고 대회에 임했는데 하우스캐디 언니가 차근차근 코스를 알려주셔서 편하게 쳤다"고 힘찬 출발을 한 소감을 말했다.
초청으로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내년 정규리그인 KLPGA 투어 출전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양지승은 욕심내지 않는다.
양지승은 "욕심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 대회 우승이 아니더라도 드림투어 상금 6위 안에 들어서 시드를 가져갈 수도 있다. 아니면 시드전에서 시드를 확보할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최고 목표는 정규투어 복귀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게 제 임무"라고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양지승은 2012년 '양제윤'이라는 이름으로 KLPGA 투어 2승을 거두고 그해 대상을 차지하는 등 정상의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2015년 KLPGA 투어 시드를 상실, 2016년부터 드림투어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지난해에는 이름도 바꾸고 대회에도 많이 참가하지 않았다. 시드전을 포함해 8개 대회에 출전했다.
이 기간을 양지승은 "반항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는 "제시간을 가졌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친구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제시간을 가지면서 골프도 여유 있게 쳤다. 일반인처럼 라운딩도 재밌게 다녔다"고 돌아봤다.
값진 시간이었다. 양지승은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덕분에 돈을 못 벌어서 생계형 골퍼가 됐지만. 하하. 삶을 더 여유롭게, 골프를 더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양지승은 "사춘기가 늦게 왔었나 보다"며 "반항하는 시기도 있었고, 방황하는 시기도 있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운동하면서 앞만 보고 왔었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 공만 쳤는데 큰돈이 생기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 공만 쳤는데 조금 못하면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경 쓰지 말아야 할 부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성공 이후 겪은 혼란을 떠올렸다.
다행히 이 혼란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양지승은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빨리 겪은 게 골프뿐 아니라 앞으로 인생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괜찮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골프 치는 게 저다운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투어를 뛰면서 언제 그런 시간을 보내보겠나. 은퇴한 이후에 놀아도 지금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좋은 경험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아무리 평범한 시간을 보냈어도 골프와 완전히 떨어질 수는 없었다.
양지승은 "골프는 예민해서 놓을 수가 없는 운동이다. 다칠까 봐, 근육 감각이 없어질까 봐 골프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감도 크다. 성적이 나지 않을 때 주변에서 '그러면 그렇지'라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름을 바꾼 이유와 새 이름의 의미 등을 '비밀'에 부치던 양지승은 "정규투어 복귀나 우승 등 좋은 결과가 나온 후에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