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세차익 120억 진경준, 뇌물유죄인데 추징은 왜 겨우 5억?(종합)
법원 "넥슨 재팬 주식, 넥슨 주주 지위에서 취득"
2심서 뇌물죄 인정한 김문석 고법 부장, '부정청탁 금지법' 김영란 동생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받은 주식 매수 대금이 뇌물로 인정됐는데도 실제 추징액은 5억원에 불과한 이유는 왜일까.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1일 진 전 검사장의 혐의 중 1심에서 무죄가 난 뇌물 수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으로 제공한 4억2천500만원과 제네시스 차량, 가족 여행 경비 등을 '보험성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에 따라 이들 뇌물액수에 해당하는 5억여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공짜 주식', 즉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해 얻게 된 시세 차익 120억원 가량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에게서 받은 4억2천500만원으로 넥슨의 상장 주식을 매입했다. 이렇게 취득한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은 이후 넥슨 재팬의 비상장 주식을 사는 종잣돈이 됐다.
넥슨 재팬이 2006년 11월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자 진 전 검사장은 8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주식 8천537주를 취득했다. 이후 넥슨 재팬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올랐고, 진 전 검사장은 주식을 처분해 총 12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서 받은 4억여원이 결과적으로 1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기게 된 만큼 이 액수도 부당 이득으로 보고 추징금 13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재팬 주식을 취득한 것은 넥슨 주주 지위에서 취득한 것이라 별도의 '뇌물 수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의 개인 판단에 따른 주식 운용 결과이지 김 대표에게서 뇌물로 받았다고 연결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자신과 관련 없는 주주가 생기는 것을 꺼려 진 전 검사장뿐 아니라 다른 주변인들에게도 넥슨 주식을 매수하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김 대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넥슨은 모든 주주에게 넥슨 재팬 주식을 취득할 기회를 부여했고, 진 전 검사장도 주주 지위에서 기회를 얻었을 뿐 김 대표로부터 별도의 재산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판결을 선고한 김문석(58·사법연수원 13기) 부장판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처음 추진한 김영란(61·연수원 11기)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동생이다.
김 부장판사는 1986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고법 부장이 됐으며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한 뒤 재판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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