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기밀해제 문건 "리카싱 홍콩 주권반환전 영국국적 취득 의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 회장이 홍콩 주권반환 직전 영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상황이 영국의 기밀문건에서 드러났다.
21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최근 기밀해제된 영국 총리실 속기록 문건에서 리 회장은 1989년 3월 영국 런던에서 당시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는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홍콩기본법 기초위원이었던 리 회장은 대처 총리와 만나 이 같은 의사를 전했고 이후 더글러스 허드 당시 영국 내부장관과 이 문제를 깊숙히 논의하기도 했다.
문건은 아울러 리 회장이 영국 정부가 이 문제에서 재량권을 활용해주길 바랐고 자신의 일부 홍콩 자금을 영국으로 이전토록 지시까지 내렸다고 전했다. 당시 영국 국적법은 홍콩 같은 부속영토시민(BDTC)에 대해선 영국 본토에서 거주한지 5년이 돼야 시민권 신청 자격을 줬기 때문에 리 회장은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다.
리 회장은 대처 총리에게 먼저 주권반환이 이뤄진 마카오 주민 10만여명에게 포르투갈 정부가 포르투갈 여권을 제공한 점을 들어 영국이 홍콩인의 이민을 엄격히 제한하는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다.
리 회장은 그러면서 "홍콩의 젊은 기업인과 공무원이 영국 여권을 취득할 기회가 있다면 이들은 홍콩에 계속 머물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HSBC 은행 마이클 샌드버그 총재는 1989년 6월 영국 보수당의 줄리언 아메리 의원에게 자신과 교분이 있는 리 회장이 영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기밀 해제된 문건에서 리 회장이 실제 영국 정부에 국적 취득 신청을 냈는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청쿵허치슨홀딩스 측은 "당시 허치슨은 영국에서 통신 등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었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고 리 회장의 영국 국적 취득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당시 중국과 영국이 치열한 홍콩 주권반환 협상을 벌이던 과정에 리 회장은 중국 측이 매우 중시하던 인물이었다. 2010년 9월 선전(深천<土+川>) 경제특구 설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리 회장과 10분간 단독 면담하고 그를 '홍콩과 고향을 사랑하는 애국자'로 칭한 바 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중국 부동산을 계속 매각하며 중국 철수설이 나돌고 있는 리 회장은 근래 수백억 파운드를 들여 영국의 가스, 수도, 전력, 운수, 철도, 통신, 유통 등 업종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리 회장이 이르면 올해 안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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