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9월 독립 투표, 퇴로 없다"

입력 2017-07-20 18:26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9월 독립 투표, 퇴로 없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수드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은 19일 낸 성명에서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 국가 수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바르자니 수반은 "협박과 위협의 시대는 끝났다"며 "독립 주민투표는 쿠르드족의 기본권이고 되돌아갈 길은 없다"고 주장했다.

KRG는 9월 25일 이라크 중앙정부에서 분리·독립해 주권 국가인 '쿠르디스탄'을 건국할 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KRG는 걸프전 직후인 1992년부터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북부에 있는 도후크,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등 3개 주에서 외교, 국방 이외의 실질적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이 있는 니네베, 유전지대 키르쿠크, 디얄라 등 3개 주에서도 KRG가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자치 정부뿐 아니라 자체 내각과 의회도 운영된다.

KRG의 군사조직 페슈메르가는 이라크 정규군 대신 이라크 북부에서 이슬람국가(IS)의 확장을 막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바르자니 수반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의 순교자들이 희생한 목표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결단코 지키겠다"면서 페슈메르가의 전공을 부각했다.

이 여세를 몰아 KRG는 민족적 숙원이었던 독립 국가를 수립하려고 이라크내 IS 격퇴전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강하게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600만명), 이란(700만∼1천만명), 터키(2천만명), 시리아(300만명) 등에 흩어져 사는 민족으로 역사상 한 번도 독립 국가를 수립한 적이 없다.

이라크 중앙정부뿐 아니라 KRG의 분리·독립운동으로 자국내 쿠르드족이 동요할 것을 우려하는 이란, 터키는 KRG의 주민투표를 반대한다.

KRG가 독립국가를 수립하려는 지역이 이라크의 주요 유전지대인 것도 이라크 중앙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현행 이라크 헌법으로는 KRG가 생산한 원유를 모두 중앙정부로 보내야 하고, 중앙정부는 인구 비율에 따라 전체 원유 수익의 13%를 KRG 예산으로 배분해야 한다.

오랜 내전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는 이 예산을 KRG로 제때 보내지 않아 KRG가 원유를 일부 독자 판매하면서 갈등을 빚곤 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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