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주도권 확보 방안' 토론, 전문가들 다양한 제언
"실사구시적 접근 필요…억지로 속도내면 추돌사고 날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순항하려면 '과속'을 경계하는 '실사구시'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평화문제연구소(IPA)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대북정책 주도권 확보 방안은'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는 우리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우리가 가진 수단과 방법, 주변국의 협조, 북한의 호응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우리가 주도권을 발휘하는 것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에 기초해서 실사구시적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운전석에 앉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은 승차거부를 하는 상황"이라며 "억지로 속도를 내다 보면 추돌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향후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핵에는 '미래·현재·과거'의 3가지 차원이 있다며 "'미래의 핵' 고도화를 질적인 측면에서 차단하는 것은 동결이 아닌 (핵·미사일 실험) 유예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이야기하는 '동결 입구론'이 과연 맞을 것인가"라며 "북한의 핵을 좀 더 면밀하게 보고 디테일(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재천 교수는 핵 동결과 관련해 '까다로운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조건인지를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의 기술 수준을 진단한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신뢰성, 안정성, 재진입능력 및 정밀도 등을 획득해서 (ICBM의) 운용 성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2∼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이번 '화성-14' 시험발사와 관련해 "기폭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정도의 기술까진 못 간 것 아닌가"라며 핵탄두 폭발 실험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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