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대책 제대로 세웠더라면…부산 신생아 결핵사태 교훈잊었나
서울 앞서 2014년 부산서 같은 사고 발생…검진 대상만 2천여명·385명 양성 판정
정명희 시의원 "간호사 건강검진 기간 단축했더라면 서울 사태 막았을 것"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서울 모네여성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신생아 결핵감염 사태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2014년 똑같은 감염 사고가 일어난 부산의 모 산부인과 사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모네여성병원의 경우 20일 현재 118명의 신생아와 영아가 잠복결핵 감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신생아실 종사자 2명을 포함하면 이번 잠복결핵 감염자는 총 12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는 2014년 7월 초 모네여성병원과 매우 유사한 신생아 결핵 감염 사고가 일어났다.
산부인과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여직원이 정기 건강검진에서 결핵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신생아실 동료 근무자 10여 명과 이 산부인과를 거쳐 갔거나 병원에 있는 신생아·영아 330여 명이 엑스레이(X-ray) 검사나 결핵피부반응 검사를 받는 등 1차 역학조사를 받고 항결핵제를 투여받았다.
1차 역학조사가 끝나갈 무렵인 그해 연말께 이 산부인과에서 2013년 출생한 아이가 간호조무사에게서 나온 결핵균과 같은 균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2차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2차 조사 대상자만 1천892명에 이르렀다.
1, 2차 역학 검진대상 아동을 합하면 2천219명에 달했다.
1, 2차 검진 결과 385명이 양성으로 나타나 이 중 370명이 9개월 가량 고통스러운 투약을 받아야 했다.
당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등을 놓고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1차 역학조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2차 역학조사를 하는 등의 혼선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고 2차 검진 대상자를 너무 폭넓게 잡아 놓고, 검진을 받을지는 부모에게 선택권을 줘 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검진 대상자 부모들은 "어느 부모가 검진 대상에 포함된 아이를 두고 검진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나중에 아이가 결핵에 걸린 것으로 나오면 부모 탓이라고 돌리려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실제 당시 2차 검진대상자 1천892명 가운데 70.5%인 1천334명이 결핵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받은 아이 가운데 18.8%인 251명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이 중 236명이 항결핵제 투약을 받았다.
당시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 문제를 집중 제기한 약사 출신의 정명희(민주당 비례대표) 부산시의원은 20일 열린 부산시 건강체육국의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그는 "당시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건강검진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소 6개월로 단축하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데 지금 보니 정책에 반영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당시 종사자의 건강 검진 기간을 단축하고 위생관리 규정을 강화했더라면 지금 서울 모네여성병원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똑같은 결핵감염 사태가 일어나자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등 종사자를 채용할 때 결핵·잠복결핵 검진을 채용 후 1개월 안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뒤늦게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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